야권 단일화가 결국 불발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내민 ‘단일화 제안’을 일주일 만에 철회하면서다. 야권 단일화가 결렬되면서 ‘초박빙 여론’ 상황에 윤 후보가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는 20일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윤 후보에게 본 선거 3주기간 중 일주일이라는 충분한 시간을 드렸다”고 말했다.
‘추가 논의 가능성’도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윤 후보가 지금부터 새로운 제안을 하거나 답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냐’는 물음에 “이제 선거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또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실무자간 협상을 해서 큰 그림을 정하고 그 다음 또 후보가 만나고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야권 단일화가 불발되면서 윤 후보는 ‘중도표심’에서 다소 불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현재 판세에서 안 후보가 가진 ‘중도표심’이 승기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 결렬 책임을 윤 후보 측에 돌리면서 안 후보 지지층이 윤 후보를 향한 지지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양측 지지층이 결집된 상태이기 때문에, 엄청난 판세변화가 일어날 것은 아니다”면서도 “초박빙 상황에서 중도층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승패가 결정 나게 된다. 안 후보 지지층에는 합리적 중도층 유권자가 많다. (해당 지지층이) 안 후보가 완주한다고 했을 때, 단일화 결렬 책임이 있는 윤 후보를 지지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안 후보가 단호하게 ‘야권 단일화’와 선을 그었지만, 여전히 ‘단일화 꼬리표’는 남은 모습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단일화 여지를 남기는 듯 한 발언을 하면서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21일 오전 선대본 회의 직후 기자들이 ‘단일화 협상을 계속 할 것인가’라고 묻자 “정권교체를 위해선 무슨 노력이든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안 후보가 제안을 철회한 직후 논평에서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께 실망을 드려선 안된다. 정권교체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여지를 뒀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직접 ‘통합정부’까지 제안하며 적극적인 단일화 자세를 취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의 고뇌에 공감한다. 더 나쁜 ‘묻지마 정권교체’를 넘어 더 나은 ‘정치교체’가 되어야한다. 정치교체가 세상교체, 시대교체를 이끌어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도 “(안 후보를 포함한) 통합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자세는 항상 열려있다”고 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