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조합원·노동자들

둔촌주공 ‘고래 싸움’에 등터지는 조합원·노동자들

기사승인 2022-04-22 05:00:01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중'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지난 15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으로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이 멈췄다. 공사 중단의 피해는 건설노동자와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됐다. 

재건축 공사가 중단된 지 7일째인 21일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은 정막이 감돌았다. 공사가 한창이어야 할 현장에서 공사소음은 전무했고 왕복 10차선 건너편에서 운영 중인 가게의 음악소리만이 거리를 채웠다. 

둔촌주공 재건축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 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해 부동산 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지난 15일 0시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비 증액(약 5586억원) 계약의 유효성을 놓고 시공사업단과 조합 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공정률 52%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지난 16일 둔촌동 동북중·고에서 정기총회를 열어 2019년 12월 7일에 있었던 임시총회의 공사 계약 변경 의결을 취소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참석 인원 4822명(서면 결의 포함) 가운데 4558명이 찬성표(찬성률 94.5%)로 공사비 증액의결 취소안결이 가결됐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조합 집행부는 해당 계약이 △전임 조합장이 해임된 당일 맺어진 계약이라는 점 △한국부동산원 감정평과 결과를 반영한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계약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6일에는 총회를 열고 ‘공사비 증액 의결’ 취소 안건을 가결했다. 반면 시공사업단은 관할 강동구청의 인가를 받은 적법한 계약이라고 맞섰다. 

조합은 지난 11일, 14일 두차례에 걸쳐 시공사업단에 ‘둔촌주공 사업 정상화를 위한 연석회의 제안’ 공문을 두 차례 보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 이상 지속할 경우 ‘계약 해지’를 추진할 계획이다. 계약 해지가 현실화 할 경우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대형 소송전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사태 장기화도 예상되는 가운데 조합원들과 건설 노동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당장 입주 일정이 미뤄지게 되면서 조합원들의 전·월세살이도 길어지게 됐다. 조합 관계자는 “전세기간이 입주날짜에 맞춰 설정된 조합원들이 연장을 해야 할지 다른 집을 알아봐야할지 등 불안해하고 있다”며 “조합도 확답을 줄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조합원은 “당초 전세 계약을 할 때 ‘입주할 때까지 더 있겠다’라는 조건을 달았다. 기본 9개월정도 늦어질 것이라고 말하는데 어차피 더 늦어질 것 같다는 각오는 하고 있다”며 “전세 연장을 고민하고 있다. 계약해지까지 갈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협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걸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 현수막.   사진=조현지 기자

공사가 중단되면서 건설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증발했다. 이날 현장 곳곳에는 빨간 띠를 머리에 두른 노동자들이 햇볕 아래 앉아서 항의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서울건설지부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건설노동자는 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지난달 25일쯤 그만 나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방적이었다”며 “우리도 이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매일 아침 나와 있다”고 전했다. 공사현장 인근에는 ‘하루아침에 해고통지, 생존권을 보장하라’, ‘건설노동자 생존권 위협하는 일방적인 공사중단 철회하라’ 등 공사중단을 비판하는 건설노조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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