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발표한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595개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83조 9668억원입니다. 595개 기업이 3년간 꾸준히 약 184조를 벌어들여야 하는 금액입니다. 그래도 감이 잘 안오시죠.
1년에 연봉 4000만원을 받은 직장인이 있습니다. 이 직장인이 587조6000억원을 벌어들이려면 한 푼도 안 쓰고 무려 1469만 년 동안 일을해야 벌 수 있는 돈입니다. 1469만년 전이면 '신생대 4기'입니다. 인류 역사가 시작하기도 전 입니다. 또 연봉 4000만원 일자리를 1469만개나 창출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죠.
이런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돈을 투자하겠다고 나선 기업은 삼성과 현대, 롯데, 한화 입니다.
이들 기업 중 가장 많은 투자 금액을 발표한 곳은 삼성입니다.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에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합니다. 이 중 80%인 360조원은 국내에 투자합니다. 1년간 72조원입니다.
사실 삼성은 지난해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이 부분에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가석방을 받아 자유로운 몸은 됐지만 아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을 받고 있어 경영활동에 제약이 많은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역대급 투자로 미래 신사업 투자 항해가 다시 기세를 탄 모습입니다.
일자리 창출에도 향후 5년간 8만명을 채용할 예정입니다. 삼성은 2018년에도 3년 4만명 채용 초과 달성, 지난해에도 3년간 4만명 채용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전동화·친환경, 신기술·신사업,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투자를 집중할 예정입니다.
우선 미래 성장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를 위해 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는 총 16조2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이를 통해 순수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목표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인공지능 등 미래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8조9000억원을 투자합니다. 또 내연기관 차량의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도 38조원을 투입합니다.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군인 화학과 식품, 인프라 등에 5년간 37조원을 투입합니다. '헬스 앤 웰니스' 부문에서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인 롯데는 해외 공장 인수에 이어 1조 원 규모의 국내 공장 신설을 추진합니다.
화학 사업군은 '지속가능성' 부문에 대한 투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롯데케미칼은 5년간 수소 사업과 전지소재 사업에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자원 선순환 트렌드에 발맞춰 리사이클과 바이오 플라스틱 사업 분야에서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리사이클 제품 100만톤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유통 사업군은 8조1000억원, 호텔 사업군은 관광 인프라 핵심 시설인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원을 투자합니다 .
롯데그룹은 국내 스타트업 지원과 투자에도 공을 들인다. 롯데벤처스는 2026년까지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3600억원 규모로 확대합니다.
한화그룹은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미래 산업에 5년간 37조6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신규 일자리 2만명도 창출한다는 계획입니다. 총 투자 금액 중 20조원은 국내에 집중합니다. 분야는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3개 사업입니다.
분야별로는 태양광, 풍력 등의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 수소혼소 기술 상용화, 수전해 양산 설비 투자 등 탄소중립 사업 분야에 9000억원,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 등에 2조1000억원,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는 2조6000억원을 투자합니다.
석유화학 부문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 등에도 4조원, 건설 분야 복합개발 사업 확대 및 프리미엄 레저 사업 강화 등에도 2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기업들의 이번 대규모 투자 발표를 정치적인 시각으로 보는 시선들이 있는데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국가 전체 이익을 담은 투자결정에는 마땅히 박수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