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 당 대표·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 안철수 의원 사이의 당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윤리위원회가 당 주도권 경쟁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혁신위 구성해 세력 넓히는 李…성 상납 의혹 발목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승리 하루 뒤인 지난 2일 혁신위원회 설치를 발표하고 최재형 의원에 혁신위원장을 맡겼다. 당 조직과 공천 개혁을 위해서다.
혁신위는 천하람 등 위원 9인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등 ‘이핵관(이준석 핵심 관계자)’에 이어 혁신위로 ‘2중 친위대’를 구성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이 대표의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당내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친윤계 의원에 맞서 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에 성 상납 의혹이 부쳐진 상황이다. 증거인멸 사주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대표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혁신위로 다가오는 총선에서 이 대표에게 유리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천 위원은 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 직전에 (공천) 룰을 만지면 더 큰 오해를 받기 때문에 총선을 2년 정도 앞둔 지금이 룰 바꿀 최적 시기”라고 강조했다. 혁신위가 한 사람에게 유리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는 말에 대한 반박이다.
여전히 강력한 ‘윤핵관’, 호가호위 이미지는 족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에 쓴소리를 하며 ‘윤핵관 파워’를 보여줬다. 당권 경쟁에서 윤핵관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장 의원은 특별감찰관 폐지 가능성을 시사한 대통령실 참모진을 공개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러자 대통령실은 고개를 숙였다. 권 원내대표도 사실상 국무조정실장으로 내정됐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낙마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끼쳤다. 윤핵관이 대통령실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다고 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가 세력을 넓히는 듯한 행보를 보이자 불만의 목소리를 낸 윤핵관도 있다. 정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자기 정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비판했다.
그는 “혁신 개혁 변화도 중요하겠지만 굳이 우선순위 따진다면 윤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이 대표가 혁신위를 구성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선 연장전’ 성격으로 치러진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마무리되자 윤핵관에 더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대선이 0.73%p 차이로 끝나 ‘반윤 정서’가 드리웠지만, 윤 대통령이 이끈 지선의 승리로 반윤 정서도 해소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윤핵관’이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윤 대통령을 앞세워 호가호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핵관은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해야 하는 고민에 빠졌다.
보궐선거 당선으로 흐름 타는 安…지지세력은 無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과의 단일화 인수위원장에 이어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 당선돼 3선으로 국회에 돌아왔다. 앞으로 당 대표뿐 아니라 차기 대권 주자 후보 반열에 당당히 올랐다는 평가를 받으며 좋은 흐름을 타는 모습을 보인다.
안 의원은 지난 5일 캠프 해단식에서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이른 시일 안에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지만 당 지지기반 확장에 이바지하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혁신이라는 것에 선거 제도나 공천만 있는 게 아니다”며 “정치도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당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이 대표가 띄운 혁신위 화제를 견제했다.
안 의원은 당내에서 지지세력이 없어 이핵관, 윤핵관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안 의원의 발목을 잡는 주식 백지신탁 미해결 등의 문제가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
당권 경쟁, 24일 열리는 윤리위가 관건
전문가는 이 같은 경쟁 구도를 섣부르게 판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열리는 윤리위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은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혁신위 구성이 성 상납 의혹 등을 막을 수는 없을 거로 생각한다”면서도 “공천 룰을 만들어 이핵관에게 힘을 실어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내년까지 당 대표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내부에선 이 대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긴 하다”며 “24일 윤리위가 소집되어야 당 대표 유지에 관한 판단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윤핵관에 대해 “당과 대통령실 관계는 때로는 긴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협력하기도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그림이 그려지면 초반엔 힘이 있을 수 있으나 결국은 힘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안 의원에 대해서는 “당 대표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눈에 띄는 안 의원의 지지 세력이 없어 성공할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어쨌든 차기 당 대표는 윤핵관 쪽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24일 윤리위가 이 대표에 대한 의혹을 짚는 순간 이 대표와 각을 세웠던 윤핵관에 힘이 실릴 거란 분석이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