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본인의 ‘사법리스크’와 ‘실언리스크’를 관리하는 모습이다. 직전 지도부였던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과 180도 다른 스타일로, 이 대표는 당분간 침묵하며 당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후 기자들을 만났지만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는 제 사회적 어머니”라며 입장만 밝히고 현장을 벗어났다.
그는 입장 발표 직후 ‘소환조사 통보에 대한 견해’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말했고 이 대표도 함께 자리를 떠났다.
이처럼 이 대표는 대표로 선출되고 난 후 공식 일정을 소화하고 언론에 입장만 전달할 뿐 기자들의 질의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대표가 된 지 일주일째 접어들지만 기자들이 이 대표의 뒤를 따라가 질의해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당대표 백브리핑(비공식 브리핑) 관련해 (기자들이) 소통을 원하는데 이동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어 시간과 장소를 협의해 만남의 자리를 가지려 한다”며 “조율된 입장을 말씀드리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백브리핑을 하다 보면 위험 부담이 있고 정제된 말이 필요하므로 백브리핑은 대변인인 제가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하며 “소통의 장은 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쿠키뉴스는 이 대표의 백브리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인지에 대해 민주당 측 관계자에게 물었다. 관계자는 “그런 얘기는 들은 바가 없다”며 “공식적으로 ‘이제 안 한다’ 한 건 아니고 대변인이 말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현재 검찰 소환조사가 임박하며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다. 또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며 ‘실언리스크’도 감당해왔기 때문에 언론에 최대한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개딸(개혁의딸)’들과는 소통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후 개딸들을 만나 “이게 끝이 아니다. 함께 가자”고 독려하며 개딸들의 말에 답하기도 했다.
이는 우상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우 전 비대위원장은 주말마다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과 소통했다. 그는 기자들의 질의에 즉각 응답해 메시지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현 지도체제와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다.
전문가는 우상호 전 비대위원장과는 스타일의 차이도 있긴 하지만 이 대표 스스로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소통 관점에서는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우 전 비대위원장이 기자들과 소통한 점은 이 대표와 ‘스타일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하면 우 전 비대위원장처럼 하면 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하면 이 대표처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의 경우 말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구설수가 유발되고 과도하게 언론에 노출된다”며 “추후 기자들과 소통할 일이 늘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런 리스크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당을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라며 “만일 ‘전투 상황’ 등이 발생하면 그때는 전면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리스크를 전반적으로 줄이는 정치적 선택”이라며 “소통이라는 관점에서는 대통령도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