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쏘아 올린 ‘노란봉투법’이 정기국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법안을 두고 여야 의견이 대치돼 갈등이 예상된다. 정의당은 당 위기를 노란봉투법을 통해 회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파업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과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을 공동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정의당 6명 의원 전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무소속 의원 3명과 더불어민주당 46명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정의당이 당 위기를 노란봉투법과 타 정당을 통해 극복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정의당처럼 노란봉투법을 당론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향해 압박을 불어넣기도 했다.
박홍근 “민주당 법안-정의당 법안 상이”…혼란 속 전당대회 하는 정의당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우리가 낸 법안과 정의당 법안이 상이하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한 입장이지만 세부적 내용은 입장 차가 있을 수 있어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제21대 국회에서 강민정·강병원·양경숙·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이 노란봉투법과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게다가 해당 내용을 두고 여당의 반발이 심해 민주당은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정의당은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정의당은 17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재창당 결의안과 당헌 개정안 등 당 혁신안건을 확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19일에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전당대회로 실제 당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정감사와 일정이 겹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에 발의한 노란봉투법에 관심이 집중돼 이슈 선점에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바쁜 와중에 민주당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도 아직 모르는 상태다.
권성동 “노란봉투법, ‘황건적 보호법’”…경제계도 강한 반발
정의당이 노란봉투법을 들고 당 위기를 빠져나가려 하지만 해당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길 가능성은 낮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노조의 불법 파업을 용인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부터가 잘못됐다”며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기업이 손해배상청구조차 할 수 없다면 노조의 이기주의적이고 극단적인 투쟁을 무엇으로 막을 수 있나”고 반문했다.
재계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14일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은 불법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며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로써 정의당은 정부 여당, 경제계, 제1야당과 모두 대립각에 놓인 상태다. 이 때문에 당 위기에 대한 논의가 실종될 우려가 있다.
이종근 “노란봉투법, 위기 회피 수단…국민 인정은 ‘글쎄’”
전문가는 정의당이 노란봉투법으로 노동 이슈에 앞장선다고 해서 본질적인 위기를 극복하기는 힘들다고 봤다. 진보 정당을 표방한 정의당이 색채를 잃었는데 노동 이슈를 들고 왔다고 해서 국민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1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노란봉투법 취지에 걸맞은 정당 자체는 정의당이 맞다”며 “하지만 정의당이 앞장선다고 해서 국민들이 ‘정의당이 발의한 법’으로 인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정의당이 대중정당으로 위치 선점을 하려 했고,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며 “진보 정당은 대중정당으로 나아갔을 때 자기 색채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의당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란봉투법을) 수단으로 삼는 건 맞다”며 “색을 잃은 정의당이 당 위기를 혁파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정의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긴 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정의당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