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노란봉투법’을 다시 수면 위로 올렸다. 고성만 오가고 민생 논의가 실종된 국정감사 기간에 여당과 거대 야당 대신 정의당만 민생을 챙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은 6일 오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이 같은 행사를 열어 노란봉투법 입법 의지를 드러냈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파업 노동자들에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노란봉투법이 정기국회 쟁점으로 떠오르자 정부 여당과 경영계는 진실을 호도하고 황건적 보호법 등 온갖 멸칭을 붙였다”며 “손배소를 무기 삼아 하청노동자를 짓밟았던 수십년에 대한 미안함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노란봉투법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 중 하나지만 해당 논의가 언급된 제19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논의를 이끌어야 할 여당과 거대 야당은 현재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렇듯 정의당이 ‘유일한 민생 정당’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정 전반을 조사하는 일이다.
국감장은 일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의 이름을 알리는 데 유용하다. 유명한 대기업의 회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해 국회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이재명 민주당 의원과의 ‘대장동’ 격돌을 통해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이름을 알리려 ‘무리수’를 두다 정쟁에만 빠지고 민생을 뒷전으로 생각한다는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이번 국정감사 첫날부터 여야는 서로 대치하기 바빴다. 지난 4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서로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들은 “버르장머리 없다” “누구에게 버르장머리라고 하느냐” 등 고성을 주고받았다.
지난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김원이 민주당 의원을 향해 “니(너)나 가만히 계셔라”고 소리 높이자 김 의원은 “사과하라”며 “정정할 기회를 드리겠다”고 맞섰다. 국정감사라기보다 본인의 감정만을 앞세우는 모습이었다.
전문가는 이러한 ‘국감 시즌’ 속에서 정의당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야가 진영 싸움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의당의 정책과 의원, 콘텐츠는 모두 괜찮은 데 존재감이 없어지는 이유는 거대 여야의 큰 투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국정감사가 ‘정책적 국감’이라면 정의당이 역할을 하겠지만 대부분 국감에서는 여야 서로 때리고 싸우기밖에 안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이어 “국감이 정기국회의 꽃이고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들 결국 여야가 충돌하는 상황이 더 많다”며 “지금 당장으로서는 정의당에 맞는 이슈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의당이 오랫동안 노란봉투법 관련 논의를 공론화했다. 이번 기회에 노란봉투법을 입법한다면 정의당은 의미 있는 큰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정의당다운, 정의당 노력의 결정판, 산물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은 민주당과 물밑 접촉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의대회로 노란봉투법의 연내 입법 처리가 가능할지 주목된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