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문화를 만드는 새로운 도전
마켓컬리, 오아시스 마켓, 통신사에 몸담았던 김동수 CTO는 지난 2018년 엘핀에 합류했다. 엘핀을 창업한 지 1년이 지나서다.
그는 엘핀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이거다’라는 생각했다. 김 CTO는 “2001년부터 한 5년간 통신사에 다녔어요. 당시 위치 데이터는 모두 통신사가 가지고 있었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위치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은 없어졌고 119나 112만 쓰고 있죠. 이 데이터를 가지고 신뢰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 것이라는 설명에 바로 합류를 결정했어요”라고 설명했다.
김동수 CTO는 회사에서 개발문화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는 “스타트업에서는 내 의견이 크게 반영되기 때문에 결정할 게 많아요. 가장 중요한 결정 사항은 개발자 채용이었죠. 우리 회사의 개발팀이 가야 할 개발문화와 개발자로서 지켜야 할 것들을 정했죠. 문화를 정하고 반영하는 것. 이 점이 스타트업이 가진 매력이에요”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을 향한 수많은 러브콜
엘핀은 NH농협은행,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금융사와 함께 협업했다. 특히 NH농협은행과 협업해 세계 최초 행동 데이터 금융 상품 ‘NH 가고 싶은 대한민국’을 출시했다.
이 적금 상품은 대한민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누어 이용자가 방문한 지역의 위치인증 횟수에 따라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여행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혀 있는 20~30대 젊은 층 유입과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획된 상품으로, 재미있고 참신하다는 호평과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 농협은 해당 상품으로 제5회 한경핀테크 서비스 분야 대상(금융위원장상)도 수상했다.
위치인증과 더불어 생체인증, AI 기술도 결합해 복합 인증 솔루션을 선보인 엘핀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2020년 건강보험공단과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요양보호사가 스마트폰을 통해 생체인증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지정 가정에 방문했는지 복합 위치인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해당 기술을 통해 요양보호사의 부정 수급을 방지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들의 방문 내역 증빙 등 다양한 행정 처리를 줄였다.
김동수 CTO는 매년 순 매출 30억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금융권과의 협업 서비스를 이어나갈 뿐만 아니라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B2C를 하기 위해 테스트로 계속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예컨대 장비마켓이라고 공장이나 공단에 가면 기계들을 많이 써요. 이 중고품을 사고파는 것을 디지털화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지난 2019년부터 협업한 아임히어워크도 있어요. 이동통신 기지국 위치정보를 활용해 위변조 위험 없이 외근사원의 고객사 방문 이력을 확인하는 근태관리 앱이에요. 유사하게 교육기관의 출석 체크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어요. 최근 대학 출결 서비스를 인수하고 있고요”라고 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투자, 포지셔닝 잘해야”
2019년 엘핀은 ‘NH디지털챌린지플러스’ 1기로 선정됐다. 앨핀은 은행, 카드, 보험 등 농협의 계열사 담당자들과의 미팅을 통해 업계 흐름을 파악하고 판로를 개척했다.
김 CTO는 “저희가 가진 솔루션이 ‘신뢰’할 수 있는 위치예요. 신뢰가 가장 중요한 곳은 금융 쪽이잖아요. 금융사와 협업을 한 것만으로 신뢰성을 인정받은 거죠. 금융사에서도 먹혔는데 다른 데에서도 안전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본 전제조건이 달성된 거죠”라고 말했다.
판로 개척에서도 협업은 큰 도움이 됐다. 그는 “농협은행이 큰 그룹이잖아요. 중앙 농협도 있고 투자증권, 보험, 축협, 마트도 있죠. NH디지털Challenge+가 되면 그룹사에서 하는 데모 데이에 참여할 수 있어요. 스타트업들이 가진 기술을 계열사에 홍보하는 자리인데, 실제로 여기서 상품을 소개하면서 제품이 출시 됐어요. 스타트업은 직원이 적다 보니 인맥으로 네트워킹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계가 있는데 NH디지털Challenge+가 판로를 개척하는 역할을 해줬어요”라고 강조했다.
김동수 CTO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트렌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안 좋다 보니 투자 붐이 꺼진 건 사실이에요. 트렌드에 민감해 블록체인이 한창 인기일 때는 돈이 블록체인에 확 모였다가 커머스가 인기면 돈이 그쪽으로 넘어가죠. 시기마다 인기 있는 콘셉트가 다 있더라고요. 내 아이템이 트렌드에 맞으면 투자받기 더 쉽긴 해요. 그러나 꾸준히 투자가 되는 분야가 있으니까요.안 된다 싶으면 빨리 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NH디지털Challenge+란?
농협은행의 NH디지털챌린지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팅 전문 프로그램이다. 사업모델을 구체화하도록 지원하고 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초기 자본 투자 연계와 멘토링도 지원한다.
농협은행은 2019년 이후 3년간 여섯 기수를 선발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왔다. 여섯 기수 기준으로 총 124개사를 지원했다. 지난 5월 NH디지털챌린지 7기 선발을 완료해 22개사를 추가 지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