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대화로 해결"…종교·사회원로 275명 연서명

"업무개시명령 대화로 해결"…종교·사회원로 275명 연서명

기사승인 2022-12-06 15:29:08
종교계와 시민사회 등 사회 원로들이 6일 정부와 국회에 업무개시명령 철회와 노·정 간 대화 테이블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법정 스님, 박승렬 목사, 박상훈 신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배성은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이 13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화물연대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양측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종교계와 시민사회 등 사회 원로들이 6일 정부와 국회에 업무개시명령 철회와 노·정 간 대화 테이블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정현 신부, 김중배 전 MBC 사장,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 등 25명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당국은 업무개시명령을 철회하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한 무리한 조사를 중단하며 경찰력을 동원한 인신구속 협박을 멈추는 등 강경일변도 태도를 바꾸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연서명에는 종교·사회·학술·예술계 등 각계 인사 275명이 참여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을 말한다. 지난 2020년부터 '3년 시한'의 일몰제로 도입돼 이달 종료를 앞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대립하고 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관련 화물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원로 각계 대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배성은 기자

현정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25만 화물노동자들은 지금까지 노예처럼 살았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물러날 곳도 없다"며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정부 여야는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고 품목을 확대하는 논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파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서 화물노동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노조의 활동 내역을 달라고 겁박하고 심지어 화물노동자들의 가족들한테 ‘면허를 취소하겠다’ 등의 협박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 위원장은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노동권을 챙겨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나서서 불법적으로 노동자들에게 탄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며 "죽을 각오를 하고 싸우겠다. 저희 투쟁을 지지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등 사회 원로들이 6일 정부와 국회에 업무개시명령 철회와 노·정 간 대화 테이블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배성은 기자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결국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는 입법 싸움이다.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시급히 논의하고, 입법을 통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이 우리 헌법과 국제노동기준에 위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사무총장은 “무엇보다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의 인간존엄성을 폄훼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지금 파업을 선택한다는 것이 자신들의 생존을 포기하고 투쟁에 나선 게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예의와 존엄을 갖춰서 이를 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진경 한국여성자회 대표는 화물차가 왜 도로 위 무법자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배 대표는 “기준선 없는 최저가 입찰은 노동자의 삶을 피폐에 이르게 한다”며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노동자들은 일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대로 안전운임제가 폐지된다면 노동자들은 다시 하루 23시간 도로 위를 달리는 삶을 강요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과노동 장시간 노동사회다.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한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익숙하다. 그래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서 “주어진 노동이 아니라 스스로 노동을 조절할 수 있는 화물노동자들은 극한까지 자신을 내몰고 있다. 그래야만 살 수 있다. 이는 사회가 강요한 타살이다”라고 비판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안전운임제 관련 화물파업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사회원로 각계 대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배성은 기자

이들 단체는 한 목소리로 화물노동자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고유가와 고물가, 고금리로 화물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서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의 강경일변도 대응으로 우리 경제에 심각한 위기상황이 초래될까 두렵다"며 "정부와 국회가 애초 약속대로 안전운임제를 위한 실효성 있는 논의에 착수한다면 화물노동자들이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성은 기자 seba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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