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진심인 미국 의회 [쿠키칼럼]

소통에 진심인 미국 의회 [쿠키칼럼]

[송원석- 美 KAGC 사무총장 ]

미 하원 개원일 오픈하우스... 시민도 자유롭게 의원회관 출입
한국 국회는 출입 까다로워...직업·시민의식 차이

기사승인 2023-01-17 11:01:02
한 시민이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 앞에서 통화하는 모습. 출처=myphonebook.ca



미 연방하원 118회기가 시작된 지난 3일.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 안의 불협화음으로 정상적인 개회를 하지 못했다. 통상적으로는 하원 의장을 선출하고, 의원들이 취임선서를 하는 날이다.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는 날이면 빠트릴 수 없는 행사가 의원실의 오픈 하우스다. 의원들의 사무실이나 상임위원회 회의실 등 의회 곳곳에 간단한 음식들이 차려진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의원회관을 드나들면서 의원이나 보좌관들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회기의 출발을 축하한다. 개원식이 있는 날이 아니더라도, 연방의회 의원회관은 2023년 118회기 기준으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대중에게 개방되어있다. 코로나19 여파와 2021년 1월 6일에 있었던 불미스러웠던 미국 연방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연방의회는 한동안 대중에게 문을 닫았지만 다시 그 문을 활짝 열었다.

13년 전에 처음 유학생 신분으로 연방의회를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의원회관과 본관 출입이 너무나 간단했다는 점이다. 소지품 검사와 금속탐지기만 통과를 한다면, 신분증조차 검사하지 않았다. 방문 목적조차 묻지를 않았다. 의원 회관 안에서는 어떤 의원실이든 문을 열고 들어가 용건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아마 이렇게 미국 의회가 열려있지 않았다면 나와 같은 소수민족계 사회활동가가 연방의회를 대상으로 활동을 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여의도의 국회 의원회관을 출입할 때는 절차가 많았다. 방문증을 작성해야 하는데 어디서 누굴 만날건지, 또 무슨 목적인지 다 적어야 했다. 신분증은 입구에서 맡겨둬야 했다. 안내데스크에서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신분과 약속 여부를 다시 확인한다. 요즘에는 용무가 있는 층을 제외하곤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미국 연방의회에는 의원회관이 모두 6개 건물이다. 상원 3개동, 하원 3개동으로 나뉘어 있다. 상원 의원회관은 의사당 본관을 중심으로 북쪽에, 하원 의원회관은 남쪽에 자리한다. 의사당 본관은 보안상의 이유로 상시 방문객들에게 개방되어있는 구역을 제외하곤 제한구역이 존재하지만, 의원회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상하원 각각 3개 동이 지하 혹은 지상으로 연결이 되어있기도 하다. 의원회관 건물마다 구내식당이 있는데, 방문객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의회를 방문해 내가 뽑은 의원을 만나는 일이 한국보다 훨씬 쉽다.

의회를 시민이 자유롭게 드나들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선출직 공무원과 의회에서 일하는 보좌관들의 직업의식이다. 본인들은 철저히 국민을 위해 일을 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지, 국민보다 우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오랜만에 개원식을 위해 방문한 의회에서 만나게 된 의원과 보좌관들은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지역구나 이해관계에 속한 단체에서 찾아온 방문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을 찾아오고 관심을 보이는 것에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예기치 않은 방문에 당황할 때도 있지만, 그 또한 본인들의 업무의 중 하나라 여긴다. 각 당에 지휘부에 속한 잘 나가는 의원들도 다르지 않다. 국민이 우리를 선출하고 국민이 우리를 지배한다는 진심이 태도에서 배어 나온다.

두 번째는 의회를 방문하는 유권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불만이 있고 항의할 일이 있어도 평화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의회에서 일하는 보좌진과 의원을 인격적으로서 존중하는 마음이 바탕에 있다. 미국 의회에서 간혹 접하게 되는 가장 강력한 항의의 수단은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이란 행동이다. 당의 지도부나 특정 의원실 앞에 앉거나 누워서 소리 없는 시위를 한다. 이럴 땐 의회 경찰이 출동한다. 몇 차례 경고해도 시위가 계속되면 수송차에 실려 임시 구치소로 옮겨진다. 대부분 훈방조치나 경미한 벌금형이 내려진다. 처벌 수위보다 이런 시민 불복종 행위가 진행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마치 정해진 각본이 있는 연극처럼, 시위하는 쪽도 체포하는 경찰도 물리적인 충돌을 최소화한다.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과 소동은 용인되지 않는다.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미국 의회가 무조건 낫다거나 옳다고 할 수 는 없다. 다만 최고의 입법기관이 시민에게 활짝 열려있는 모습에서 의회가 시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 또 그에 어울리는 시민의 성숙한 자세는 우리도 한 번 얘기 해볼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원석
1980년생.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청소년기와 20대를 보내고 미국으로 유학을 와 뜻하지 않았던 이민자가 되었다. 신학, 경영학, 비영리경영학 등을 전공하고 30대에 우연히 접하게 된 미연방의회를 향한 한국계 미국 시민들의 시민활동에 이끌려 지금은 워싱턴 DC에 자리한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미연방의회를 드나들며 축적한 경험과 지식으로 소수계인 한인사회의 권익을 옹호하고, 모국인 한국과 자국인 미국의 관계증진에 바탕이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금도 워싱턴 DC '캐피톨 힐'을 누비고 다닌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한미관계, 미국의 사회, 정치, 외교를 말하고자 한다.
송원석 기자
fattykim@kukinews.com
송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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