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끝, 자원순환센터는 ‘쓰레기와 전쟁 중’  

명절 끝, 자원순환센터는 ‘쓰레기와 전쟁 중’  

- 적치장은 그야말로 ‘쓰山쓰海’
- 산더미처럼 쌓인 스티로폼과 쓰레기 처리 골머리
- 거리두기 해제 첫 설연휴, 고속도로 휴게소도 쓰레기 몸살

기사승인 2023-01-27 05:00:02
누군가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달했던 화려한 포장 용기들과 마음껏 먹고 남긴 음식쓰레기, 일반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전국의 자원순환센터와 쓰레기 처리업체들은 오늘도 설 명절 후유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 관계공무원과 업체 직원들 쓰레기와 '사투'
- 선물 포장 쓰레기, ‘친환경 선물 포장으로’
- 잘못버린 쓰레기 결국 우리 식탁에

명절 연휴가 끝나고 가장 분주하고 힘든 곳이 있다. 각 지자체 소속 자원순환센터나 위탁 받은 쓰레기 처리 업체들이다. 특히 이번 설은 4일 연휴에다 코로나 거리두기 완화 뒤 첫 설이어서 대면 접촉과 이동이 많아지면서 쓰레기 배출량도 크게 늘었다. 먹다 남아 버린 음식물들이 쓰레기통에 가득하고 아파트나 골목마다 가득 쌓인 스치로폼 등 각종 선물용 포장재와 일반 쓰레기가 넘쳐난다. 이를 제때 치우느라 관련 공무원들과 업체 직원들은 초과 근무를 해도 일손이 딸리고 힘이 부친다. 고속도로 주요 휴게소도 쓰레기와의 한판 전쟁을 벌였다.
'부천시자원순환센터에 산처럼 쌓인 쓰레기'
거리두기 해제 후 첫 설이어서 넘쳐나는 쓰레기에 각 지자체는 비상이 걸렸다. 쓰레기를 줄이는게 최선이지만 분리배출이라도 제대로 해야한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쓰레기와 전쟁 중인 부천시자원순환센터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제법 많은 눈이 내린 26일, 경기도 부천시 벌말로(대장동) 소재 부천시자원순환센터에는 지난 설 명절 연휴기간동안 수거 되지 않은 재활용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연신 재활용 수거 차량들이 부천시내 곳곳에서 수거해 온 재활용 품목들을 쏟아 내고 있다. 부천시 환경사업단 채범석 주무관은 “명절을 맞아 수거가 중단되었다가 어제부터 재활용품이 반입되고 있다”면서 “일단 노상에 적치되어 있는 물량들이 2~3일은 증가될 것이고 이후 다음 주에 이르면 다시 정상 수준으로 처리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쓰레기 분류 작업에 분주한 한 직원은 “명절 연휴가 끝나면 재활용선별센터는 그야말로 재활용 쓰레기와의 전쟁을 치르곤 한다.”면서 “제품 생산 단계부터 과대 포장을 줄이고, 가능한 스티로폼이나 비닐류 대신에 종이 포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천시자원순환센터의 하루 처리량은 평균 80톤에 이른다. 매일 반입되는 재활용품들이 이번 설 명절처럼 휴일이 이어지면 한꺼번에 많은 양이 반입된다. 기자가 방문한 26일 오전 100톤 이상의 재고가 쌓여 하루 10시간가량의 선별작업을 지속해도 물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26일 부천시 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선별된 알루미늄캔이 적치되어 있다. 대략 한 해 동안 사용되는 캔의 양은 약 6억 개로 그 중 1.2억개가 알루미늄캔이며 나머지가 철캔이다. 알루미늄캔 하나가 함부로 버려져 분해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500년이다.

명절 선물 포장이 워낙 많은데다 분류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아 작업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적치장 안과 밖은 그야말로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바다를 만드는 ‘쓰山쓰海’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중장비로 쏟아지는 플라스틱과 비닐 등 재활용품을 콘베어 벨트에 옮기던 한 직원은“이 많은 양의 생활 폐기물들이 다 우리의 편리를 위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것들”이라며 “이 가운데 2/3정도만 재활용되는데 우리가 가정에서 분리수거만 정확히 해도 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라고 말한다.
설 연휴가 끝나자 쏟아져 나온 재활용 쓰레기로 대도시 지방자치단체들이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 중에서도 택배 물량 증가에다 재활용 단가 하락까지 겹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스티로폼은 재활용 처리장에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부천시 벌말로에 위치한 부천자원순환센터에 연 평균 3만 톤에 이르는 재활용품이 반입된다. 이 가운데 2/3 정도의 양이 재활용품으로 선별되어 처리되고 나머지 1/3에 이르는 복합재질이거나 오염되어 반입되는 양은 매립되거나 외부 반출 처리된다.
지난 설 명절 전 한 대형 마트에서 고객이 설 선물세트를 고르고 있다.
친환경 포장 방법에는 재활용 포장지 고르기/ 신문지, 잡지 등 일상 속에서 포장지 구하기/ 종이 완충재, 크라프트지 등 친환경 충전재 넣기/ 테이프 조금만 쓰기 등이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보통 설 연휴 전후 일주일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23.4%, 추석 연휴 기간 배출량은 19.4%가 늘어난다고 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해 명절 연휴 기간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쓰레기 종류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이 배출되는 쓰레기 종류는 ‘과다 포장된 명절 선물 포장재가 40.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음식물 쓰레기(26.9%), 재활용 쓰레기(15.4%), 일회용품(11.5%) 순이다.

음식쓰레기 배출 최소화 해야
환경부는 환경공단과 한국도로공사 및 국립공원공단 등은 지자체들과 지난 18일부터 27일까지 열흘간 ‘설 명절 생활폐기물 관리대책’에 나섰지만 얼마나 실효를 걷었는지는 의문이다.
4일에 걸친 설 연휴 동안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또다시 쓰레기와의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설을 앞두고 택배·배달 물량이 이미 크게 늘어난 데다, 명절기간 음식쓰레기와 일회용품 증가세까지 겹친 탓이다.

생활쓰레기 못지않게 과다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도 문제다. 환경공단의 전자태그(RFID) 기반 음식쓰레기 배출통계를 분석하면 명절을 포함한 일주일 동안 발생하는 음식쓰레기는 1만5000∼2만 톤으로 추산된다. 비명절 1만2000톤보다 최소 수천 톤 이상 발생하는 셈이다.
‘2022년 유엔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기아 인구는 8억 2800여만 명으로 전년 대비 4600여만 명 증가했다. 아프리카 인구 5명 중 1명인 20.2%는 굶주림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식쓰레기의 경우 소각하면 온실가스가 발생하고 그대로 방치하면 메탄이 발생해 기후위기와 직결된다. 환경공단 조사 결과 2017년 기준 국내 총 생활 쓰레기 5만4390톤 중 음식물은 1만5903톤으로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다. 이를 소각 처리하는 과정에서 약 8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고 한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부패하면서 메탄이 발생하는데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20배 강한 온실효과를 낸다.

함부로 버린 쓰레기는 결국 우리 식탁 위에 오른다. 쓰레기 발생은 최소화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올바른 분리배출이 중요하다.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폐플라스틱과 해양 생태계를 헤치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해산물이 식탁에 오르는 것처럼 결국 잘못 버린 쓰레기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부천=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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