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 아이 대신 어르신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 201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제일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반대로 고령인구는 늘고 있다. 우리나라 총인구 가운데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6.8% 수준이다. 유통업계는 고심이다. 그간 해오던 사업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워져서다. 출산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의(衣)·식(食)·주(住) 업종을 중심으로 업계의 현 상황과 대비책에 대해 살펴본다.
유업계는 대체우유, 건강기능식품 확대 등 사업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우유 소비가 감소하는 데다 값싼 수입 유제품에 밀려 시장경쟁력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식품업계는 성인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정기구독 서비스로 판로를 개척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를 비롯해 FTA 체결로 미국, 유럽연합(EU), 호주 등 낙농 선진국들과 값싸고 품질 좋은 유가공품과 경쟁하게 되면서 유업계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관세 철폐도 문제다. 오는 2026년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가 이뤄진다. 이럴 경우 외국산 점유율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쟁 과열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실제 일부 업체의 경우 매각과 폐업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지난 2021년 남양유업은 매각 발표를 했고, 45년 업력 푸르밀은 폐업 위기에 까지 내몰렸다가 지난해 12월 가까스로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
이같은 위기를 타개하고자 업계는 고령인구에 집중했다. 기업들은 큰 폭으로 성장 중인 성인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4년 전 640억원대에 머물던 단백질보충제 구매액은 지난해 1400억원으로 추산됐다. 비록 시장 내 점유율은 2.3% 수준이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고령화를 대비해 본업인 유사업에서는 보다 다양하고 부가가치를 갖는 프리미엄 유제품을 선보이고, 이 외에는 전세대를 아우르는 건기식 사업과 곡물음료 사업으로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은 신성장 동력 사업인 단백질음료·플랜트 밀크(식물성 대체유)·건강기능식품 등의 마케팅에 집중하면서 기업간 거래(B2B)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분유류, 유제품 카테고리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어 사업의 다각화 및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올해 장수 브랜드 및 파워 브랜드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품 리뉴얼과 활발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신성장 동력으로 단백질 음료, 플랜트 밀크, 건기식 제품 출시와 함께 B2B 및 해외시장 진출 확대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제과업계도 사업 다각화에 힘을 쓰고 있다. 국내의 경우 성인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나서고, 해외의 경우 판로 개척에 힘을 쓰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1995년 중국에 이어 2003년 러시아, 2005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면서 꾸준히 해외 판로 개척을 해나가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매출액이 38.5% 성장한 4729억원을 달성하며 현지 1등 식품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했다. 또 러시아 법인은 매출액이 무려 79.4% 성장한 2098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에는 인도 시장 투자 확대에도 나선다.
롯데제과는 올해 인도,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인도 아이스크림 시장 점령을 위해 자회사 ‘하브모어’에 5년간 700억원을 투자했다. 또 롯데제과는 ‘롯데웰푸드’로 사명 변경을 앞두고도 있다. 롯데제과가 사명에서 제과를 떼는 것은 지난 1967년 설립 이후 56년 만이다. 사명 변경 이유는 롯데제과가 롯데푸드를 합병하면서 제과라는 사명이 롯데푸드의 간편식과 육가공 등의 다양한 사업 분야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소비 인구가 줄어드는 저출산 및 고령화는 식품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 맞지만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식품 내외로의 사업영역 확장과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성인을 대상으로 마케팅과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죠리퐁’에 영양성분을 추가해 한입 크기로 모양을 빚은 ‘죠리팡 뮤즐리’를 출시했고, 오리온도 2018년 간편대용식 브랜드 ‘마켓오 네이처’를 출범시켰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도 있다. 롯데제과는 가나 초콜릿을 프리미엄 디저트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가나 초콜릿 하우스’를 잇따라 오픈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기존 타깃이었던 어린이들의 수요가 줄다보니 업계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 다각화를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며 “해외의 경우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진출을 해나가고 있고, 국내의 경우엔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 개발 및 접점 확대를 통해 충성 소비자 확보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