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이 많을 땐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몰아서 일하고, 일이 적을 땐 푹 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주 69시간제를 발표한 가운데 현실에선 법정의무 연차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직장인의 절반 정도가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이 채 안 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이달 3일부터 한주간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연차휴가 15일을 쓰지 못한 응답자가 80.6%에 달했다. 66.8%는 월 1회꼴이 안 되는 ‘12일 미만’이라고 답했다.
고용형태가 불안정할수록, 급여가 적을수록,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직급이 낮을수록 연차 사용일수가 적은 흐름을 보였다. 상용직(정규직) 응답자의 28.5%가 연간 연차휴가 사용일수가 6일 미만이었다고 답한 반면 비상용직(비정규직)은 61.0%로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20대 응답자(176명)의 55.1%가 지난 한 해 쓴 연차휴가가 ‘6일 미만’이라고 답했다.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8일이었다는 20대 응답자는 13.6%, 법정 의무 연차휴가 15일(근로기간 2년차 이상)을 모두 썼다는 답은 9.7%에 불과했다. 30대 역시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 미만이라는 응답이 33.8%로 가장 높았다.
40대, 50대 응답자도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 미만이었다는 응답이 각각 40.6%, 40.5%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15일 이상 연차를 썼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대(23.0%)와 30대(22.9%), 50대(18.9%) 순이었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40.6%로 절반에 못 미쳤다. 연령대와 직급이 낮을수록, 또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그 이유로는 △동료의 업무부담(28.2%) △직장 내 분위기와 조직문화(16.2%) △업무 과다(15.1%) △상급자의 눈치(12.0%)가 꼽혔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못 쓴다는 비율이 62.5%에 육박하는 20대에서는 연차 사용이 어려운 이유가 다르게 나타났다. 동료의 업무부담(21.6%)에 이어 상급자의 눈치(18.8%)를 두 번째 이유로 꼽았다.
직장갑질119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새 MZ세대는 부회장 나오라, 회장 나오라고 하는 등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고 했지만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언급인지 보여주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새롭게 제시한 주 60시간제는 주 5일 내내 오후 11시에 퇴근하거나 오후 9시에 퇴근한다면 주 6일 근무를 해야하는 근로 형태이므로 ‘몰아서 일하기’ 법안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