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상 속 악인을 직접 응징하는 참교육 콘텐츠가 성행이다. 각종 웹툰,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는 참교육 콘텐츠는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 일상 속 있을 법한 상황을 가정한 뒤, 한없이 착한 피해자와 그를 괴롭히는 못된 가해자를 설정한다. 이로써 절대적인 선악이 명확하게 규정된다. 피해자가 괴롭힘당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시청자도 함께 분노하도록 전개된다. 결말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복수로 끝난다. 엉망이 된 가해자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그리기도 한다.
참교육 콘텐츠는 중고등학생에게 인기다. 중학생 최은서(13·여)양은 “(참교육) 영상을 자주 본다”며 “공부하거나 밥 먹을 때 틀어놓는다”고 밝혔다.
영상의 주요 장면을 30초 편집한 숏폼은 참교육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인다. 중학생 박지은(13·여)양은 “요약 영상이 딱 중요한 부분에서 끊겨 결말이 궁금해 영상을 찾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이유람양은 참교육 콘텐츠의 매력으로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해준다는 점을 꼽았다. 이양은 “현실에서는 잘못했다고 누군가를 응징한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영상에서는 가능하다”면서 “그 점이 참교육 콘텐츠를 자꾸 찾게 만든다”고 말했다.
참교육 콘텐츠는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이성적인 판단의 결여를 불러올 수 있다. 중학생 정소라(13·여)양은 “이제 소소한 내용의 참교육 영상이 주는 자극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통쾌함을 느끼려면 가해자를 죽이는 정도는 돼야 하는 것 같다”며 “(가해자가) 사회적으로 수치를 당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사라져버리는 것이 더 확실한 참교육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김도현(21·여)씨도 “모두가 공유하는 분노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 복수를 실현하는 데서 큰 쾌감을 얻는다”고 했다. 그는 “콘텐츠 속 복수에 익숙해질수록 용서하는 것은 곧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처벌이 모든 사건의 만병통치약처럼 묘사되는 콘텐츠에 우려를 표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참교육 콘텐츠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악인의 추악함을 강조하고 이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거나 조롱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을 가정한다”고 분석했다. 성 평론가는 “이런 기조는 한국 사회에 엄벌주의적 자세를 키울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참교육 콘텐츠의 유행은 더욱 강력한 처벌과 퇴출을 요구하는 분위기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세연 미디어 비평가는 “참교육 콘텐츠는 총체적인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한 단면만 보고 누군가를 악인으로 낙인찍는다”며 “이는 같은 상황에서도 각자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이어 “섣불리 선악을 구별하는 태도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조장하고 우리 사회에 관용과 배려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 우려했다.
김유정 쿠키청년기자 lgimac01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