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1분기 원리금보장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5조69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7.4%(7527억원) 증가했다. 보험업계 전체 적립액 11조4812억원의 44.2%를 차지, 선두 지위를 공고히했다.
교보생명보험은 2조2305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 9551억원, 삼성화재 8150억원, 한화생명 7068억원, KB손해보험 4016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올해 1분기 2.35%로 보험사들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업계 평균은 2.64%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삼성화재 2.40% △교보생명 2.50% △신한라이프 2.52% △DB손해보험 2.55% △한화생명 2.56%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앞세워 증권사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증권사 3곳(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증권)의 DC형 평균 수익률은 2.86% 수준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증권가에 퇴직연금 고객을 빼앗길 상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는 7월부터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증권사로의 대규모 머니무브(자금이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는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저금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도 근로자의 무관심, 금융 전문성 부족 등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대부분(약 89%)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수익률 제고를 도모해 근로자 수급권 보장을 강화하고자 이 제도 도입을 추진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어 퇴직연금 수익률이 당분간 좋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수익률이 낮다는 건 안정적으로 투자했다고도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