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전시 금지’… 갈 곳 잃은 고래 ‘바다 쉼터’ 마련을

‘고래 전시 금지’… 갈 곳 잃은 고래 ‘바다 쉼터’ 마련을

기사승인 2023-05-31 18:45:43
31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동물해방물 결, 동물권행동카라, 핫핑크돌핀스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수족관 돌고래들의 권리를 외쳤다. 동물행동권 카라 

오는 12월14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며 고래 전시가 금지된다. 문제는 국내 수족관에 남은 고래 21마리. 이들에겐 돌아갈 곳이 없다.

바다의 날인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해양포유류 보호시설 바다쉼터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윤미향 국회의원과 동물권행동 카라, 핫핑크돌핀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가 주최했다.

2021년과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해양 포유류 보호시설 ‘바다쉼터’ 조성을 위한 기초 예산안을 편성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년 연속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수족관이 아닌 자연으로 돌아갈 고래들을 위한 바다쉼터 마련 필요성과 의미, 향후 과제를 두고 토론의 장이 열렸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바다쉼터가 동물원, 수족관 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바다쉼터가 가지는 의미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먼저 수족관은 고래가 살기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MARC 박사는 “수족관 고래들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이들의 복지를 어떻게 향상할지, 어떻게 바다쉼터를 고래 복지 향상으로 이어지게 할지 고민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박사는 “자연 속 고래는 넓은 서식지에서 계절 등을 고려해 생활 패턴을 스스로 결정하고, 최상위 포식자로서 야생에서 먹고 살며 필요한 영양분을 확보한다”며 “반면 수족관에서는 스스로 생활 패턴을 결정할 수 없다. 제한된 공간에 생활하며 음향 신호가 감소하고 영양분도 부족해진다”고 지적했다. 

바다쉼터는 고래 복지뿐만 아니라 구조, 치료, 재활에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 박사는 “수족관 고래들은 바다쉼터에 가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쇠약한 고래, 혹은 바다쉼터에 가지 못하는 고래들을 위해 연계된 공간이 확보되면, 향후 구조된 고래나 치료, 재활이 필요한 고래들을 위해서도 쓸 수 있다”고 호응했다.

최인수 동물행동권 카라 활동가도 바다쉼터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활동가는 “남방큰고래는 9년에 거쳐 전 개체 방류를 시도해왔다”면서도 “국내 수족관에 남은 16마리 외래종, 큰돌고래의 경우 방류 성공 가능성 연구나 사회적 논의가 전제되지 않아 진행한다고 해도 소요 기간이 짧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국내 수족관에 머무는 고래류는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계속 폐사하고 있다”며 “연구적 보호와 방류 훈련을 아우를 수 있는 바다쉼터의 존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다의 날인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해양포유류 보호시설 바다쉼터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동물행동권 카라

한국 사회에서 동물에 갖는 왜곡된 관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는 “바다쉼터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수족관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3년 남방큰고래 제돌이가 방류되며 해양포유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수족관은 돌고래 수입을 더 늘리고 더 많이 전시했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자연에서 보는 것을 넘어, 옆에서 보고 만지고 싶은 욕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크투어리즘(역사적 비극사건이 발생한 곳을 찾아가 체험하며 반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기자는 “관람시설이 아닌 다크투어리즘 형태 교육의 장으로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꼭 가지 않아도 과거 우리가 돌고래를 쇼에 동원하고 수족관에서 키우던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주고, 그게 왜 잘못됐는지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신재영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지난해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덕분인지 고래 검색량이 늘고 수족관 돌고래 방류와 바다 쉼터 필요성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고래관련 정책 연구예산을 요청했으나 삭감됐다. 올해는 예산 당국에 12억원을 요청하고 협의 중”이라며 “예산 반영을 통해 내년에는 기초조사를 설계하고 내후년 바다쉼터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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