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종이빨대, 무라벨 페트병 등 친환경을 앞세운 제품들이 당연한 시대가 오고 있다. 하지만 진통 과정을 겪고 있다. 무늬만 친환경을 내세운 제품들도 여럿이어서다. 이에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나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스침대는 지난 2월 환경부로부터 그린워싱 관련 행정지도를 받았다. 환경부는 에이스침대의 ‘인체에 안전한’이라는 마케팅 문구가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를 위반했다고 봤다. 생활화학제품을 제조, 수입, 판매 또는 유통 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표현을 사용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보다 앞서 H&M은 일부 의류에 친환경 라벨을 붙여 판매했으나 해당 제품이 친환경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품 판매업체 이니스프리도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이니스프리는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는 문구가 적힌 화장품을 판매했는데 실제론 제품이 플라스틱병에 담겨있다는 게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스타벅스, 투썸 등 음료 프랜차이즈 등지에서 제공되는 종이빨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 환경부는 지난 2019년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72.9% 적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지만 연구 과정에서 '제품 생산' 과정까지만 포함돼 '폐기 과정'에 대한 평가가 빠졌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합성수지로 코팅한 종이 빨대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재활용이 어렵고 코팅 물질이 비분해 플라스틱인 경우 해양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방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허탁 건국대학교 화학공학부 명예교수(한국환경한림원 회장)는 지난 4월 한국P&G 친환경 간담회에서 "탄소 감축을 넘어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산-소비-폐기'로 구성된 기존의 선형 체계에서 '생산-소비-수거-재활용'이 반복되는 순환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전과정 사고를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는 종이컵이 유리컵보다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다”며 “유리컵은 종이컵보다 제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더 무거워 운반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크며, 세척 과정에서 물과 세제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논란이 많아지자 공정위가 ‘무늬만 친환경’을 막기 위해 나섰다. 공정위는 8일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28일까지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서는 일부 단계에서 환경성이 개선됐다고 하더라도 원료의 획득,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체 과정을 고려해 그 효과가 상쇄되거나 오히려 감소한 경우 환경성이 개선된 것처럼 표시·광고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예컨대 경쟁사 제품에 비해 유통, 폐기 단계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함에도 제품 생산 단계에서 탄소배출이 감소된 사실만 광고하면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또 개정안에서는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누락, 은폐,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완전성 원칙을 신설했다. 만약 가구회사가 침대의 매트리스 부분에 대해서만 친환경 인증을 받았음에도, 이 사실을 밝히지 않고 제품 전체(헤드레스트, 프레임, 매트리스)에 대해 인증받은 것처럼 '친환경 침대'라고 광고한 경우 기만 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위는 세부 유형별(거짓·과장, 기만, 부당 비교, 비방)로 대표적으로 금지되는 표시·광고 행위에 대한 예시를 신설했다. 아울러 특정 용어 및 표현에 관한 세부 사례도 심사지침에 제시했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을 방해하는 그린워싱 사례가 억제되고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전원회의 의결 등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