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엔 2순위 없애라”…청년안심주택에 뿔난 청년

“이럴 바엔 2순위 없애라”…청년안심주택에 뿔난 청년

1순위 경쟁률, 24대 1 기록
2순위 청년도 주거지원 필요
전문가…공급 늘리는 것이 답

기사승인 2023-06-14 06:07:02

“몇 번 지원해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청년안심주택 대체 누가 들어가는 건가요?”

역세권 주택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청년에게 공급하는 청년안심주택이 일반자격 청년은 들어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적은 물량에 지원자가 몰리다보니 1순위 자격이 아니면 서류심사조차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역전세, 전세사기 등으로 향후 공공임대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말하며 이에 맞는 적절한 공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청약접수를 마친 서울도시주택공사의 청년안심주택(역세권 청년주택)의 전체 경쟁률은 58대 1이었다. 이번 공고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은 219대 1인 ‘용산베드리움프렌즈’ 1인 청년형이었다. 가장 낮은 경쟁률은 신혼부부 전형인 ‘청계로벤하임’으로 0대 1 경쟁률이었다. 청년들의 청년안심주택 선호도가 높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청년안심주택은 공급 단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인 청년 기준 18형(18㎡)이 가장 많다. 5.4평의 원룸이 넉넉하지 않은 평수임에도 청년들이 몰리는 이유는 장점이 많아서다. 공공임대의 경우 주변시세 대비 30~70% 수준의 임대료를 자랑한다. 역에서 250m이내 떨어진 역세권에 위치하고, 최장 6년까지 안정적으로 계약 연장도 가능하다. 여기에 보증금과 월세 비율 선택 범위도 다양하며 보증금 무이자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다.

청년안심주택 순위별 지원 자격요건을 살펴보면, 1순위는 △생계·의료·주거급여 수급자 가구 △보호대상 한부모 가족 △차상위계층 가구다. 2023년도 청년안심주택의 순위 평균 경쟁률은 24대 1이었다. 이렇다보니 지원자격 2순위는 고사하고 1순위 안에서도 경쟁률이 매우 치열해 1순위에서도 대거 탈락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2순위 자격은 본인과 부모의 월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 이하여야 한다. 총자산은 36,100만 원 이하, 개별 자동차 3683만 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순위 자격을 갖춘 청년들 역시 청년안심주택이 필요한 계층이자 정책의 수혜자여야 하지만 현실은 서류심사 문턱도 밟지 못하고 있다. 

2순위 자격조건을 갖춘 김모(27)씨는 2020년부터 꾸준히 청년안심주택에 지원했으나 한 번도 서류심사를 통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월 200초반의 월급으로 월세 70만원의 원룸에서 살고 있다”며 “월세를 줄이고 싶어 매번 나오는 청년주택 공고를 보고 지원하고 있지만 1순위가 아니라 거의 포기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2순위 자격자 윤모(30)씨는 순위별 갈라치기를 할 것이 아니라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안심주택 크기가 원룸수준이어도 전세사기 우려도 없고 안전하기에 입주하고 싶다”며 “매번 미달인 신혼부부형을 없애고 차라리 청년형을 많이 공급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임대주택 애플리케이션 ‘내집다오’에서도 2순위에게도 청년안심주택 입주기회를 달라는 댓글이 많았다. “애초에 1순위에서 자를거면 2순위 3순위는 하지 말라고 공지하지 이건 기만이다”, “1순위도 임대주택 필요하지만, 2순위도 필요하다. 필요한 사람 다 들어가게 공급 좀 늘려라” 등의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수요가 증가할 상황임을 지적하며 정부가 물량확대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순위별로 추첨제는 더 급한 사람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급량을 늘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민간임대 시장이 활성화됐을 때도 공공임대 선호가 높았는데, 역전세와 전세사기 이슈 등으로 청년들이 믿을 건 공공임대밖에 없다”며 “공공이 청년, 저소득층 대상 공급이 많아지도록 예산지원이나 법률적 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 역시 정부의 물량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한된 물량에서 공급하다보니 파이 하나를 가지고 나눠야 하는 구조가 됐다”며 “민간시장에 인센티브를 줘서 청년, 저소득층의 물량을 늘리는 등 정부가 다양하고 많은 공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유민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