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발걸음 사뿐/ 더 위 위 위 위로” 그룹 오드아이써클은 12일 발매하는 데뷔곡 ‘에어 포스 원’(Air Force One)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이 곡 작사에 참여한 멤버 김립은 이날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 세 멤버의 심정을 가사에 담았다. 기다렸어, 올라가자는 메시지”라고 소개했다. 신인그룹이 데뷔곡에서 심경고백을 하다니. 오드아이써클에게 ‘기다렸다’는 메시지가 애틋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들은 2017년 9월 그룹 이달의 소녀 유닛 중 한 팀으로 먼저 데뷔했으나 지난해 소속사와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달 자유의 몸이 됐다. ‘에어포스 원’은 세 멤버가 새 소속사에 둥지를 튼 뒤 처음 내는 노래다.
이달의 소녀는 그룹 피프티 피프티보다 먼저 ‘중소돌의 기적’으로 불린 팀이다. 2020년 중소 기획사 소속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에 이름을 올려서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를 이끌던 이수만 프로듀서가 이달의 소녀 음반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등 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컸다. 유닛 그룹 세 팀을 먼저 선보인 뒤 열두 멤버가 완전체로 합체하는 데뷔 프로젝트엔 투자금 10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적은 오래 가지 못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알린 멤버 츄를 비롯해 모든 멤버가 소속사에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오드아이써클 세 멤버는 “(소속사와) 분쟁을 겪은 후 첫 컴백이라 긴장되고 걱정도 됐다. 그래도 무대에 이렇게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이달의 소녀로 마지막 음반을 낸 지 약 10개월. 멤버들은 “오랜 시간 우리를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음반에 눌러 담았다”고 했다. 이들은 ‘에어포스 원’이 실린 ‘버전 업’(Version Up) 음반에 팬들을 향한 헌정곡도 담았다. 4번곡 ‘루시드’(Lucid)다. 소속사 측은 “오드아이써클이 처음 녹음실에 모여 만든 곡이 ‘루시드”라고 귀띔했다. 이 곡에서 멤버들은 “멀어졌던 널 다신 놓치고 싶지 않아”라며 “네 빛은 놀라워”라고 속삭인다. 가사에 등장한 ‘빛’은 이달의 소녀 팬덤 이름인 ‘오빛’에서 따온 것으로 풀이된다.
오드아이써클을 시작으로 이달의 소녀 남은 멤버들도 음악 활동을 재개할 전망이다. 현진·비비·여진·고원·혜주(옛 예명 올리비아 혜)는 최근 씨티이엔엠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이달의 소녀 소속사였던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출신 윤도연 대표가 세운 신생 기획사다. 다섯 멤버는 오는 2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팬들과 만나는 행사를 연다. 이달의 소녀 또 다른 멤버인 하슬과 여진도 오드아이써클 멤버들과 같은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 다섯 명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팀 활동과 개인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이달의 소녀 멤버 중 가장 먼저 소속사를 떠난 츄는 신생 기획사 ATRP와 계약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멤버 이브는 홀로서기를 위해 새 소속사를 찾고 있다.
12명이 완전체로 활동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드아이써클은 “이달의 소녀가 해체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달의 소녀 다른 멤버들과도 꾸준히 연락하며 응원을 나눈다고 했다. 김립은 “이달의 소녀 완전체 활동 가능성도 열어두고는 있다. 다만 이달의 소녀라는 이름을 우리 의지대로 자유롭게 쓸 수는 없어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달의 소녀 상표권은 전 소속사였던 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가 가진 상태로, 멤버들이 이달의 소녀로 다시 활동하려면 회사로부터 상표권을 양도받아야 한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