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트 접수…뉴진스 돌풍 비밀은

글로벌 차트 접수…뉴진스 돌풍 비밀은

기사승인 2023-07-25 06:00:30
그룹 뉴진스. 어도어

새 음반 ‘겟 업’(Get Up)으로 돌아온 그룹 뉴진스의 기세가 매섭다. 데뷔 1년을 갓 넘은 신인이지만 성과는 여느 베테랑 아이돌 부럽지 않다. 그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핫 100)에 올려놓은 곡만 3개. 신보에 실린 6곡은 글로벌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 미국 내 데일리 톱 송에 진입했다. 평균 나이 17.4세의 다섯 소녀가 K팝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소속사 어도어에 따르면 뉴진스가 지난 21일 발매한 ‘겟 업’ 수록곡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 음원차트에 상위권으로 안착했다. 선공개한 노래 ‘슈퍼 샤이’(Super Shy)는 스포티파이 미국 데일리 톱 송 차트에서 최고 4위(21일 순위)까지 올랐다. 빌보드 핫 100에는 66위로 진입했다. 중국 QQ뮤직 인기 급상승 차트와 신곡 차트, 일본 오리콘 데일리 음반 차트에서도 뉴진스의 이름이 상위권에 올랐다. 실물 음반은 발매 당일에만 120만장 가까이 팔렸다.

뉴진스는 K팝이 공유하는 ‘과잉의 미학’을 빗겨 간다. 이들은 힙합에 기반을 둔 강렬한 음악 대신, 여유롭고 활기찬 사운드를 내세운다. 중독성 강한 후렴구보다 선율의 흐름을 강조하는 점도 눈에 띈다. 소속사는 이를 “칠링(Chilling·휴식하는)과 미드 텐션(Mid-tension·중간 정도의 긴장감)”이라고 설명했다. 과잉된 사운드와 감정으로 파괴력을 발휘하는 기존 K팝과 달리, “좀 쉬다가도 언제든 하이텐션으로 이행할 수 있는 대기·충전 상태를 짚어냈다”(임희윤 음악평론가)는 설명이다.

곡당 재생시간도 대폭 줄였다. ‘겟 업’에 실린 곡은 대부분 2분30초 남짓. 6곡을 연달아 들어도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글로벌 음악 시장의 경향을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요즘 신곡의 흥행을 좌우하는 플랫폼은 틱톡. 30초 내외로 이용자를 사로잡아야 하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에 맞춰 노래 길이도 줄어들고 있다. 뉴진스가 지난해 히트시킨 ‘어텐션’(Attention)과 ‘하입 보이’(Hype Boy), ‘디토’(Ditto) 역시 재생시간이 3분 안팎으로 짧다.

뉴진스. 어도어

이런 뉴진스를 두고 해외에선 “최근 K팝 중 가장 흥미로운 움직임”이란 반응이 나온다. 미국 음악 평론지 피치포크의 평가다. 매체는 “뉴진스의 음악은 느긋하다. 소리는 가볍고 일기를 쓰는 것처럼 노래하듯 말한다”며 “뮤직비디오와 안무 역시 K팝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웅장함과 화려함 대신 소박함과 친근함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영국 음악 전문지 NME는 ‘겟 업’에 만점을 주면서 “뉴진스는 데뷔 때부터 남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고 그래서 특별했다. (중략) 이 음반 덕분에 뉴진스를 향한 관심은 계속될 것이다. 그들이 어디로 나아갈지 이보다 더 기대될 수 없다”고 호평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토대로 한 마케팅은 뉴진스의 행보에 날개를 달아줬다. 뉴진스는 ‘겟 업’에 실린 6곡 모두 뮤직비디오로 제작해 선보일 예정이다. K팝 가수 대부분 음반당 뮤직비디오 1~2편을 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물량 공세다. 앞서 공개한 타이틀곡 ‘쿨 위드 미’(Cool With Me) 뮤직비디오엔 세계적인 스타 양조위와 정호연이 출연해 관심을 받았다. 또 다른 타이틀곡 ‘슈퍼 샤이’ 뮤직비디오는 미국 인기 만화 브랜드 파워퍼프걸과 협업했다. 실물 음반 패키지를 비치 백 형태로 구성하는 등 복고 유행을 따른 마케팅도 화제다.

서정민갑 대중음악 평론가는 “뉴진스는 포화 상태였던 아이돌 팝에서 빠져나와 4세대 그룹과는 다른 어법의 음악을 들려준다”고 짚었다. 3·4세대 아이돌 그룹이 내세운 세계관 마케팅 대신 “1990년대 아이돌 팝의 대중성으로 회귀해 매력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그는 “뉴진스는 다른 K팝 그룹과 음악적으로 차이가 명확한 데다, 복고풍 뮤직비디오와 MD 상품 등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등 마케팅도 독특하다. 이런 여러 요소가 어우러져 뉴진스 열풍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