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올리브영’ 사건 접수…업계 “갑질보다 독과점 문제”

공정위 ‘올리브영’ 사건 접수…업계 “갑질보다 독과점 문제”

쿠팡 “올리브영, 중소 협력사 쿠팡 입점 막아”
공정위에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
CJ올리브영 “입점 방해한 사실 없어”

기사승인 2023-07-26 06:50:38
올리브영 매장.   사진=안세진 기자

쿠팡과 CJ 갈등이 이번엔 화장품업계로 번졌다. 업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헬스·뷰티업계 독점기업과 다를 바 없는 올리브영의 갑질 사례가 또 한 번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반면 유통업계 대기업으로 우뚝 선 쿠팡이 대표 대기업 제조사인 CJ를 길들이기 시작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앞서 LG생활건강 등도 쿠팡과의 갈등으로 인해 현재 입점을 하지 않고 있다.

쿠팡은 지난 24일 “중소 뷰티업체의 e커머스 입점을 방해한다”며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쿠팡은 “(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상대로 보고 영세 뷰티업체들이 쿠팡에 납품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막아 ‘대규모 유통업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유통업법 13조에서는 유통업체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납품업자가 다른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배타적 거래 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이 판매하는 상품의 약 80%는 중소 뷰티업체가 납품한다. 쿠팡은 올리브영이 이 지위를 이용해 중소업체들의 거래를 제한해왔다는 입장이다.

국내 헬스·뷰티(H&B) 시장에서 올리브영은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올리브영은 시장의 71.3%(올해 1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였던 GS리테일이 운영한 랄라블라는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H&B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롯데쇼핑이 전개한 롭스도 100여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모두 정리하고 현재는 롯데마트 내에 ‘숍인숍’ 형태의 12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리브영의 이같은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앞서 공정위는 2월 말 올리브영이 랄라블라, 롭스 등 H&B 경쟁업체에 대한 납품을 방해한 혐의로 검찰의 공소장격인 심사보고서를 올리브영 측에 발송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심사관은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취지로 심사보고서를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심의에서 CJ올리브영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헬스앤뷰티 업체는 올리브영 입점을 바란다”며 “고객 입장에서나 기업 입장에서 올리브영을 대체할 만한 판매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은 넘쳐나는데 매대는 한정적이다 보니까 업체 간 경쟁은 물론 올리브영의 파워도 강해지게 되면서 이같은 문제점들이 한 번씩 발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사례는 계속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공정위 신고 여부에 대한 확인은 어렵다”면서 “올리브영은 쿠팡에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공정위 조사가 이뤄지고 내용이 확인되면 이에 대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안세진 기자

다만 일각에선 쿠팡 측에서 CJ 계열사를 ‘길들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쿠팡은 올리브영에 앞서 CJ제일제당과도 납품가를 둘러싼 ‘갑질’ 공방으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8개월째 즉석밥 등 일부 CJ제일제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이마트·SSG닷컴·G마켓 등 신세계그룹 유통 3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반(反)쿠팡 전선’을 형성해왔다. 쿠팡 입장에서 CJ 계열사에 대해 좋게 보일 리 없다.

실제 쿠팡의 제조사 길들이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LG생활건강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LG생활건강은 쿠팡이 다른 온라인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올리라고 강요하는 한편, 쿠팡 판매 가격은 무리하게 낮추라고 요구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2021년 공정위는 쿠팡의 요구가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이 사건으로 LG생활건강은 쿠팡에서 철수했다. 

이밖에 코카콜라, 크린랲과 같은 제품들이 쿠팡과 갈등을 겪고 로켓배송 물품에서 제외됐다. 복수의 제조업계 관계자들은 쿠팡과 제조사 간의 갈등에 대해 “쿠팡이 갑질은 이전부터 있어왔다”며 “CJ 정도 되니까 쿠팡에 맞설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올리브영 사태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쿠팡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구체적이지 않은 정보들로 가득하다”며 “공정위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아직까진 일방 주장에 지나지 않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이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올리브영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던 중소업체들이 쿠팡에 납품 계획을 알리자 올리브영 측에서는 “매장을 축소하겠다”, “납품 금지 제품군 분류”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만 되어 있다. 피해 건수나 구체적인 사례 등에 대해서는 나온 바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입장에선 피해 업체들과 상황들을 상세히 공개하고 싶겠지만 올리브영이 대기업이라 업체들이 이를 꺼리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박효상 기자

현재 공정위는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제 사건이 접수됐고 담당 부서에 전달되어 해당 부서에서 이를 살펴보고 있다. 아직 말씀드릴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조사를 진행할지 불개시 결정을 할지는 최소 2주에서 한 달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조사하는 것으로 결정되면 거기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소요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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