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적극 홍보한 교통비 절약 정책 상품 ‘알뜰교통카드’가 잦은 어플리케이션(앱) 오류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용자들은 잘 작동하는 기능이 단 하나도 없다며 급기야 “애들이 만들어도 이보다 나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카드사 등 금융사 추가 할인 혜택을 통해 대중교통비를 최대 30% 절약할 수 있는 카드다. 지난 2020년 처음 도입됐다.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나자 국토부는 7월부터 마일리지 적립 횟수와 제휴 카드사를 늘린 ‘알뜰교통카드 플러스’ 사업 시행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연간 79만원의 교통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게다가 오는 12일부터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이 8년 만에 인상될 예정이라 교통비 절감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다.
알뜰교통카드는 카드 발급뿐 아니라 앱 설치가 필수다. 움직이기 전 앱을 켜서 ‘출발하기’ 또는 ‘도착하기’ 버튼을 눌러야 이동거리가 집계되고 그에 따라 마일리지가 적립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알뜰교통카드 업무를 위임·위탁하고 있고 앱은 중소기업 소울인포테크에서 개발·운영 중이다.
문제는 정부가 전국민 대상으로 홍보한 정책치고 앱 설계와 운영 수준이 낮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알뜰교통카드 이용자 규모는 지난 2020년 도입 당시 2만1000명에서 2021년 29만명으로 늘었고 지난 6월 기준, 67만 여명이 사용 중이다.
2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집계된 알뜰교통카드 앱 평점은 5점 만점에 1.6점이다. 7월 한 달에만 올라온 불만글이 약 200건에 달했다. 앱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오류도 더 잦아졌다는 게 이용자 설명이다. 알뜰교통카드 앱을 2년째 쓰는 직장인 이모(34·여)씨는 “도대체 나라에서 얼마에 용역을 준 건가 싶을 정도로 앱 이용이 불편하다”면서 “GPS가 잡히지 않거나 마일리지 업데이트가 늦는 건 이제 익숙하다. 최근 오류를 이해해달라는 팝업창이 자주 떴다”고 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는 아예 앱 실행이나 회원가입이 안된다는 글부터 ‘정류장 검색이 어렵다’, ‘화면이 심하게 깨져 이용이 불가능하다’ 등 크고 작은 불편을 토로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하루 종일 본인인증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피싱 사이트도 회원가입은 된다”, “회원 가입하다 뒷목 잡고 쓰러지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알뜰교통카드의 핵심 기능인 마일리지 적립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같은 거리 이동인데 마일리지 적립이 제멋대로거나, 마일리지 적립까지 시간이 2주 넘게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한 사용자는 “출퇴근길은 매일 똑같은데 적립금이 110원부터 350원까지 천차만별”이라고 지적했다.
불편 사항을 개선해달라고 앱에 문의해도 답이 없고, 고객센터 전화 연결도 어렵자 이용자들은 “세금 낭비”, “별점 하나도 아깝다”, “전시행정 그 자체”, “문의 전화를 받지도 않을거면 대대적으로 홍보를 왜 했나” 등 혹평을 남기며 별점 테러를 하고 있다.국토부는 예상보다 사용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렸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7월 말 기준 80여 만명이 사용 중이다. 한 달에만 15만명이 늘었다. 당연히 알뜰교통카드 플러스 출시 후 사용자가 늘어날 것을 예측했지만 이 정도로 빠르게 늘어날 줄 몰랐다”면서 “최근 전반적으로 속도가 느려지거나 오류가 많아지는 등 문제가 많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매주 앱 개발업체와 회의하면서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고객센터 상담 업무를 맡은 인력은 6명이고, 최근 신규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관련 문의가 늘어 통화 연결이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말에는 100만명까지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서버를 증설하는 등 개선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오류가 언제쯤 다 해소될지 구체적 시점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