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브랜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고물가 및 1인가구 증가에 업계 경쟁까지 더해지면서다. 업계는 업계 간 경쟁이 허물어지면서 피자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전통 피자업계에서는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지난해 매출은 1020억930여만원이었다. 매출은 직전 해보다 5.6% 증가한 수준이지만, 영업손실이 2억56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 기간 순손실도 92억2000만원 상당으로 집계됐다.
한국파파존스 역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매출액은 2020년 617억9420여만원에서 지난해 664억6590여만원으로 7.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23.9% 감소해 47억9920만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91.3% 줄어든 39억2300여만원에 그쳤다.
피자알볼로(알볼로에프앤씨)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12억8500만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액도 10%가량 감소하며 하강 국면을 보였다. 미스터피자(엠피대산)도 적자 71억9000만원을 기록했다. 도미노피자(청오디피케이)는 영업이익이 159억원에 달하던 전년 대비 92.5% 감소한 12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는 가장 크게 ‘1인 가구 증가’가 있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는 33.4%로 전년 대비 1.7%p 증가했다.
피자업계는 ‘상시 할인‘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기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물가인상으로 가격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 외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스터피자는 지난 2월 피자를 비롯한 주요 메뉴 가격을 4~5% 올렸다. 앞서 피자헛, 파파존스 등도 지난해 한차례씩 가격을 올린 바 있다.
버거업계와 대형마트,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경쟁사도 여럿 등장했다. 맘스터치는 신사업으로 피자를 낙점하고, 내년까지 피자 매장 200개를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피자헤븐' 인수에 이어 이번에 맘스피자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피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냉동피자를 출시했다. 가격이 저렴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1267억원으로 2년 전보다 31.1% 성장했다. 비싼 가격에 비해 품질이 준수하지 못하다는 평이 나오는 데다 1인 가구 증가세까지 겹치면서 중장기적으로도 전망이 어둡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피자 프랜차이즈가 국내 상륙할 때 처음 타겟으로 삼은 건 가족이었다. ‘패밀리 사이즈’와 같은 사이즈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다”며 “하지만 출산율 감소와 1인가구 증가로 인해 오늘날 큰 사이즈의 피자는 ‘비싸다’라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원재료 가격,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이 이어지면서 가격은 더욱 오르면서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도 무한 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되면서 업계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며 “피자, 치킨, 버거 등의 소위 패스트푸드로 불리는 상품군들은 이제 어느 기업이든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피자업계만이 가진 노하우와 강점이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영업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