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CJ그룹 간 경쟁은 해외물류와 콘텐츠 사업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쿠팡과 CJ는 식품, 뷰티, OTT, 물류 등 사업 영역이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하반기에도 대만 신산업 투자 확장, 쿠팡플레이·쿠팡이츠 등에 4억 달러(약 5270억원)를 투자하는 등 고성장, 수익성 개선을 놓치지 않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며 “이대로 간다면 같은 사업 영역에서 CJ와의 경쟁이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실제 쿠팡은 지난 2021년 CJ대한통운이 버티고 있는 물류업계에 쿠팡로지스틱스(CLS)를 통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쿠팡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직구’다. 최근 쿠팡은 직구 서비스 ‘로켓직구’를 비롯해 자체적으로 택배를 배송하며 택배업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배송물량은 13억건을 넘어섰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6억5000만개 물량을 처리했다. 그간 택배 3사는 ‘CJ대한통운·한진·롯데글로벌로지스’로 구성됐으나 쿠팡이 대다수 물량을 자체적으로 소화하면서 2위 자리에 올랐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 시장점유율은 하락했다. CJ대한통운 시장점유율은 2020년 50.1%에서 지난해 45.7%로 하락했다. 올 1분기 CJ대한통운 점유율은 44.7%다. 2021년 1분기 점유율 50.3%에서 2년 새 5.6%p가 떨어진 것이다.
이미 양사간의 격돌은 지난 14일 ‘택배 없는 날’에 벌어졌다. CJ대한통운이 ‘택배 없는 날’ 참여 여부를 놓고 쿠팡을 비판한 것이다.
CJ대한통운은 보도자료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택배 쉬는 날’을 응원해 주는 고객에게 감사하며 사실을 왜곡해 택배업계의 자발적 노력을 폄훼하는 일부 업체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쿠팡은 사실이 아니라며 “민주노총은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쉴 수 있는 택배 기사의 선택권을 빼앗고 소비자와 판매자, 그리고 택배기사 모두의 불편을 초래하는 선동을 멈춰주시길 촉구한다”고 대응했다.
앞으로 콘텐츠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는 쿠팡플레이와 CJ ENM 자회사 티빙이 경쟁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통계 분석서비스 모바일인덱스 수치를 보면 지난달 국내 OTT 시장에서 티빙이 월간활성사용자수(MAU) 522만명을 기록한 가운데, 쿠팡플레이는 520만명으로 티빙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다만 일일활성사용자수(DAU) 기준으로는 티빙이 128만을 기록하며 쿠팡플레이 67만 대비 1.9배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OTT 전략이 서로 다르다. 티빙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서 이용자들에게 매일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집중한 반면 쿠팡플레이는 쿠팡 와우회원과 연동된 부가서비스에서 출발해 스포츠 중계, 독점 영화 공급에 중심을 뒀다”며 “쿠팡플레이만의 메리트가 확실하기 때문에 DAU가 2배가량 차이난다고 할지라도 경쟁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20~30년 전에도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갈등은 있어왔다. 시대 발전에 따라 쿠팡이라는 새로운 이커머스업체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비슷한 양상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쿠팡 입장에서 아무나 건드리지는 못할 거다. 시장점유율이 80% 이상 넘어가는 제품을 가진 업체와 힘겨루기를 했다가 외려 소비자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쿠팡 입장에서 시장점유율이 크지 않거나 쿠팡만의 강점이 뚜렷한 사업 분야의 경우 치열한 경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과 CJ그룹의 악연은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양사는 CJ제일제당이 쿠팡에 납품하던 즉석밥 ‘햇반’과 냉동만두 ‘비비고’ 등 제품의 납품가 산정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또 지난 7월에는 쿠팡이 헬스앤드뷰티(H&B) 1위 업체 CJ올리브영을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화장품업계로 갈등이 번졌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