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과 IT기술을 접목시킨 인슈어테크(InsurTech)가 성장 동력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상품개발 및 계약체결, 고객관리 등 각 분야 보험 업무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IT 기술을 융합해 보다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은 인슈어테크를 ‘글로벌 핀테크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보험 시장은 시장 성장 속도 및 확장 속도가 둔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거의 100%에 근접한다. 보험사가 기존의 상품・서비스를 통한 위험 보장과 관리에만 머무를 경우 향후 신규 수요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돌파구로 많은 보험사들이 인슈어테크, 특히 건강증진형 보험 출시에 나섰다. 건강증진형 보험은 피보험자의 건강 관리를 증진시키면 인센티브로 보험료 할인 또는 추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을 말한다. 가입자뿐 아니라 보험사에게도 이득이다. 고객들이 건강을 유지해 보험료 할인을 받으면 계속 보험을 유지하기 때문에 장기 유지율 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또 건강한 고객을 유치하면서 손해율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 1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인바디’와 함께 체지방률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무배당 인바디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가입자 전원에게 손목에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 기기인 인바디 밴드를 지급한다. 고객이 이 밴드로 측정한 체지방률이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할인해준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갤럭시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고 가입자 건강관리 돕는 ‘삼성 유쾌통쾌 건강보험(무배당) 와치4U’ 보험을 선보였다. 이 보험은 갤럭시 워치4를 제공해 걸음수, 운동량, 혈압, 체성분, 수면을 측정 가능하다. 운동목표를 달성하면 매주 1000 S포인트를 지급한다. 포인트는 제휴 포인트몰에서 건강관련 물품 등을 구매하거나 3만 S포인트 이상 적립시 현금 전환 가능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매년 금융 계열사들이 함께 스타트업 경진 대회(오픈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면서 인슈어테크 스타트업과 제휴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A생명은 생명보험사 중 최초로 지난 2018년 8월 ‘AIA바이탈리티’를 출시했다. AIA바이탈리티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입자 건강관리 여부에 따라 보험료 할인 혜택 등이 제공되는 헬스케어 프로그램이다. 운동량 목표치를 달성하면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가입자 건강 관리 노력에 따라 최대 20%까지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인슈어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가 2012년 3억4700만달러에서 2018년 39억5300만달러까지 증가했고 2019년 2분기 기준(28만5700만 달러) 전년 동기 대비 약 159% 증가하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산업을 선도하고 있고 중국의 경우에는 알리바바 및 바이두 등 대표적인 인터넷·유통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험 산업에 진입하며 인슈어테크 시장의 성장을 견인 중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인슈어테크, 디지털화는 보험업계 전통적 경쟁구도 및 산업지형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보험업계는 업계 공동의 노력을 통해 감독기관과 협력해 인슈어테크 및 소비자 보호 관련 규제를 명확히 정립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