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이 달라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10분 정도 걸어가는 길. 최근 연이어 발생한 흉악 범죄는 골목길 어둠을 더 깊게 만들었다. 부모님의 걱정은 깊어져 매일 오후 6시면 퇴근 시간을 물으신다. 하지만 매일 제때 퇴근할 수 없는 것이 K직장인의 현실.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한 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를 신청해봤다.
안심귀가스카우트는 2인 1조의 안심 스카우트 대원과 신청자가 출발지에서 자택까지 동행하는 서비스이다. 서울시가 1인 가구 등 범죄 취약 계층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무료로 운영하는 제도다. 지난해까지는 ‘여성안심귀가 스카우트’로 불리며 하루 전 예약해야 했으나, 올해부터는 이름을 바꾸고 당일 예약제로 변경했다.
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원하는 시간 30분 전까지 당일 예약하면 된다. 예약엔 △‘안심이’ 애플리케이션 △다산콜센터 (120번) △지역구 상황실까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서울에선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이용 가능하다. 월요일은 오후 10시~오전 12시, 화~금요일은 오후 10시부터 익일 오전 1시까지 운영한다. 주말은 운영하지 않는다.
앱에서 회원가입을 하니 다양한 서비스가 보였다. ‘스카우트’를 선택해 도착지에 집 주소를 입력하고 ‘예약하기’를 눌렀다. 거점(출발지)과 예약 시간을 선택한 후, 예약이 확정되면 문자 메시지가 온다. 21일 오후 10시 집 근처로 신청했다.
안심귀가스카우트, 장점과 개선점 뚜렷해
“기다리고 있을게요. 노란 조끼 입은 사람을 찾으시면 돼요.” 21일 오후 9시45분 서울 한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스카우트 여성 두 분이 보였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서울 안심이’라고 적힌 노란 조끼를 입은 두 분과 함께 나란히 길을 걷기 시작했다.
혼자 걷던 길을 셋이 걸으니 든든했다. 평소엔 어두워서 가지 못한 지름길로도 갈 수 있었다. 지인들은 여성 스카우트 얘기에 “남자랑 가야 안전한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여성 두 분으로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꼈다. 오히려 처음 본 남성 스카우트와 어두운 길을 걸으면 더 무서울 것 같았다.
스카우트가 같은 동네 주민이란 점도 좋았다. 서울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느낌이 점점 사라지고, 동네 주민과 함께 길을 걷는 느낌이 들었다. 원칙상 스카우트는 신청자 뒤에서 동행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스카우트는 “요즘엔 함께 걷길 원하는 신청자들이 많아 대화하면서 걷고 있다”고 알려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집 앞에 도착했다. 원래 이렇게 짧은 거리였나 싶었다.
직접 체험해본 안심귀가스카우트는 장점이 명확하다. 안전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평소엔 주변에서 나는 작은 소리와 인기척에도 크게 놀랄 때가 있었다.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 귀갓길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 것도 처음이었다. 가족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퇴근이 늦을 때마다 걱정하던 부모님은 “같이 오는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안심귀가스카우트를 또 이용할 마음이 드는 이유다.
개선이 필요한 점도 눈에 띄었다. 행정구역에 따라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생기는 점은 큰 문제였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같은 구라도 관할 구역이 다르면, 원칙상 스카우트가 도착지까지 이동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자치구에서 나누는 행정구역과 시민들이 생각하는 생활구역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이 문제 역시 구청 상황실에 전화하면 해결되지만, 안심귀가스카우트 운영 시간인 오후 10시 이후에 조정 가능한 점은 아쉽다.
앱으로 예약할 때 스카우트와 만나는 ‘출발지’ 선택이 지하철역만 가능한 점도 아쉬웠다. 버스 정류장이 집에서 더 가까워도 지하철역까지 역주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구청 담당과에 문의하니 전화로 예약할 때는 버스 정류장도 이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 평일에만 이용할 수 있는 점과 요일마다 운영 시간이 조금씩 다른 점도 개선해야 할 일이다. 안심귀가스카우트의 존재도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 만큼, 더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해 보인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