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 남자배구, 파키스탄에 셧아웃 패배…61년 만에 노메달 수모 [아시안게임]

‘예고된 참사’ 남자배구, 파키스탄에 셧아웃 패배…61년 만에 노메달 수모 [아시안게임]

인도전 패배 이후 파키스탄에 패배하며 12강서 탈락
경쟁력 잃은 남자배구…감독 전술 부재, 세대교체 실패 등 복합적인 이유
오는 24일 바레인과 순위 결정전

기사승인 2023-09-23 17:25:01
파키스탄전에서 완패 후 고개를 숙이고 퇴장하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 연합뉴스

예고된 참사였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22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시 중국 섬유도시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배구 12강전 파키스탄과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3(19-25 22-25 21-25)으로 패배했다.

앞선 20일 인도에게도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했던 한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 세계랭킹도 없는 캄보디아를 잡고 가까스로 12강에 올랐지만, 공식 개막도 진행하기 전 조기에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금메달 획득을 목표로 내걸었던 남자 배구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팀들에게 연달아 패배했다. 한국의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은 25위인데, 인도는 73위, 파키스탄은 51위에 불과하다.

남자배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 건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62년 만이다.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한국은 지난 7월 아시아 중위권 국가들이 출전하는 2023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서 준결승에서 바레인에 패해 목표였던 우승에 도달하지 못한 채 3위에 그쳤다. 이로써 6년만의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복귀가 무산됐다. 한국은 지난달 아시아배구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노렸지만 6강전에서 중국에 져 5위로 대회를 마쳤다.

계속해서 상위 대회에 나서지 못하면서 남자배구는 내수 스포츠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던 선수들이 어느덧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도달했지만, 이들을 대체할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따랐다.

임도헌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세대 교체도 완벽히 실패한 모습이다. 2010년대에 전성기를 보이던 선수들이 아직도 V리그에서 정상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데, 이번 대표팀에도 세터 한선수(대한항공)가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일부 선수들이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지만,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다. 허리 통증을 안고 있는 정지석(대한항공)과 발목 부상을 입은 전광인(현대캐피탈)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미들블로커의 부재도 뼈아팠다. 김규민, 김민재(이상 대한항공), 김준우(삼성화재)가 자리했던 중앙은 상대의 공격을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 공격력도 기대 이하였으며, 상대의 공격도 제대로 막아내질 못했다.

상대에 대한 대비도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한 달 전 아시아배구연맹 아시아선수권(3대 1 승리)에서 상대해 봤지만 학습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파키스탄은 다양한 공격 루트를 가지고 와 한국 대표팀을 괴롭혔다.

파키스탄의 라미레즈 페라즈 감독은 한국과 경기가 끝나고 “우리는 전술적으로 많은 것들을 준비했고, 로테이션마다 상대가 뭘 할지 알고 있었다”며 “잠도 거의 자지 못하며 경기를 준비했고 그것이 통했다. 상대는 우리의 경기 플랜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게 우리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대회마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임도헌 감독의 전술 부재도 뼈아팠다. 이렇다 할 팀 컬러가 없었다. 세계 트렌드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그림이었다. 현재 배구는 중앙을 이용한 속공 배구를 자주 사용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이와 비슷한 공격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한국 남자배구는 어느덧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 역대급 ‘참사’를 겪은 한국 남자배구는 뼈아픈 반성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팀 재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남자배구는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다.

한국은 24일 오후 8시 항저우 린핑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바레인(74위)과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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