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지분 77.04%를 보유한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최근 매각 초기 단계로써 주관사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롯데손보는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가 지분매각을 위해 주관사 선정 준비 작업을 시작한 상황으로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추후 구체적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손보 지분 53.49%를 3734억원에 인수하는 SPA 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금융업계에서는 JKL파트너스가 올해 롯데손보를 인수한 지 5년째에 접어든 만큼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본다. 통상 사모펀드가 국내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5년 안팎이기 때문이다. 또 내년 8월이면 JKL이 롯데그룹과 맺은 롯데손보 브랜드 사용기간이 만료되는 것도 매각 임박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매각 소식에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롯데손보는 매각 절차 착수 소식이 알려진 뒤 18~19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20일 52주 최고가인 3245원을 찍었고, 이날은 전거래일 대비 0.19%p(5원) 떨어진 2615원에 장을 마감했다.
롯데손보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1130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대비 137.9% 증가한 성적표를 받았다. 작년 같은 기간 (65억원) 대비 17배 이상 성장했다. 2분기 말 순자산은 1조4511억원으로 올해 초 1조3550억원에 비해 7.1% 늘었다. 매물로 나온 MG손해보험이 1분기 기준, 당기순이익 105억원에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킥스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롯데손보가 건전성 측면에서 더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현재 롯데손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곳은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다. KB금융지주와 ‘리딩금융’ 경쟁을 벌여온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한금융은 신한EZ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3일 해외 IR 행사에서 “현재 보험사 가격이 너무 높고 적당한 손보사 매물이 없다”며 롯데손보 인수설에 일단 선을 그은 상태다.
하나금융 역시 보험사 추가 인수에 대한 의욕이 강하다. 현재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인수절차를 진행 중이다. 우리금융도 대형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어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 교보생명이 참전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온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로 하는 교보생명은 최근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등 손보사 인수에 적극적이다.
롯데손보 몸값을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롯데손보의 몸값이 3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기록한 롯데손보 시가총액 8115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2020년엔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현 KB라이프)를 2조3000억원에, 2018년 신한금융지주가 ING생명(현 신한라이프)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거론되는 2조7000억~3조원의 예상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더라도 다소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며 “상장 주요 손보사의 밸류에이션 평균과 50~85% 경영권 프리미엄 가정을 적용해보면 대략적인 가격은 1조2000억~2조원 수준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 매각가로 3조원은 다소 과대평가된 측면은 있는 것 같다”며 “최근 금융지주들이 M&A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실제 인수전에 얼마나 참여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