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형의 디지털 기업결합 심사 시 경제 효과가 반영되도록 하는 심사 지침이 마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디지털 경제의 특성이 잘 반영되도록 기업결합 심사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내달 5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14일 밝혔다.
디지털 서비스 제공 사업의 특성상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고, 이미 많은 이용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서비스 수요를 증대시키는 ‘네트워크 효과’가 되기도 한다. 이같은 특징이 기존 심사 기준에 반영되지 않아 결합 심사 시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결합 심사의 첫 단계는 결합 당사회사의 경쟁 사업자를 식별하고 결합의 효과가 미치는 시장의 범위를 특정하는 ‘시장 획정’이다. 현행 심사기준에 따르면 A서비스 가격 인상 시 B서비스로 수요 대체가 이루어지는 경우 A와 B가 경쟁사업자로서 같은 시장에 있는 것으로 획정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광고를 보게 하는 유형의 디지털 서비스 제공자들에게는 이러한 방법론 적용이 어렵다. 개정안은 가격이 아닌 서비스 품질 악화 등에 따른 수요 대체 확인 등 다른 방법을 사용해 시장을 획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개정안은 경쟁제한 효과를 분석할 때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하도록 했다. 디지털 서비스 공급자의 기업결합으로 해당 서비스에 대한 추가 수요가 유발돼 결합기업의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그 효과가 상당한 경우 결합기업이 단독으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생기게 된다.
개정안은 디지털 분야 특유의 효율성 증대효과 사례도 보강해 기업결합의 긍정적 효과 역시 균형 있게 심사될 수 있도록 했다. △기업결합 결과 혁신적 서비스가 창출되거나 △스타트업들이 인수됨에 따라 투입 자본이 회수되고 신규 스타트업 창업이 이루어지는 등의 효과가 기업결합 심사 시 고려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이 자신의 서비스와 보완 관계가 없는 다른 업종 서비스 공급 사업자를 인수하는 경우 인수되는 사업자가 △월 평균 500만명 이상에게 상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거나 △연간 연구개발비로 3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경우는 일반심사가 적용되도록 했다.
이는 다수 고객을 보유하고 있거나 혁신적 서비스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자가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게 인수되면 그 경제적 영향이 미미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각 기업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추진된 것”이라며 “심사기준이 개정되면 디지털 분야에서 기업 결합을 통한 인위적 독점력 창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혁신적 벤처·중소기업과 소비자 후생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