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채민(27)씨에게 지금의 광장시장은 이전과 다른 곳이다. 점점 시장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김씨는 “원래 광장시장은 정이 넘치고 가성비가 좋다고 생각했다”라며 “이젠 그런 분위기가 없다. 그냥 먹을 게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바가지 논란을 겪고 있는 광장시장이 잘못하면 내‧외국인 모두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눈앞의 이윤만 추구하다 보면, 상권 쇠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 예지동 광장시장은 외국인들에게 ‘현지인 핫플(핫플레이스)’가 됐다. SNS에선 광장시장을 ‘맛있는 음식이 모여 있는 거리’, ‘다양한 한국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곳’ 등 한국 여행 시 필수 방문 코스로 소개하고 있다. 광장시장에서 칼국수와 비빔밥을 만드는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 2600만, 댓글 3000개를 넘겼다. 영어, 스페인어, 터키어, 일본어, 중국어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한국에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지금 당장 한국에 가고 싶다”고 댓글을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한국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 방식이 단체에서 개별로 바뀌며 직접 여행할 곳을 찾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달 영국 가수 샘 스미스가 광장시장을 방문한 일 역시 기폭제가 됐다. 한국 음식에 대한 궁금증과 수요도 높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한국 방문 시 고려 요인으로 가장 많은 68.0%의 외국인이 ‘음식·미식 탐방’을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광장시장은 바가지 물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6일 공개된 한 유튜버가 외국인들과 광장시장에서 모둠전(1만5000원)을 먹는 영상에서 한 가게가 가격에 비해 적은 음식량과 인색한 태도를 보여줘 논란이 됐다. 현재 해당 노점은 광장시장 상인회로부터 10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지난 26일 오후 방문한 광장시장은 바가지 논란에도 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한국어보다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릴 정도로 여전히 외국인 손님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한국인과 외국인이 찾는 곳은 확연하게 갈렸다. 한국인들은 가격이 저렴한 꽈배기, 호떡, 떡볶이 등에 줄을 섰다. 외국인들은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노점에 자리를 잡고 빈대떡과 전 등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중국인 장루쉬(29‧직장인)씨에겐 광장시장 방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험이 됐다. 친구 4명과 함께 한국 여행을 온 장씨는 “광장시장은 한국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유명해서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와야 하는 곳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하게 먹고 싶어 1인분을 주문했더니 주인이 눈치를 주는 걸 느꼈다”며 “맛도 가격도 특별한 게 없어, 두 번은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광장시장이 제2의 명동이나 인사동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비싼 가격에 내국인의 발길이 끊기면, 그 자리를 외국인들이 차지할 거란 전망이다. 김대혁(31‧직장인)씨는 “광장시장은 말만 시장이지 그냥 관광지”라며 “예전에 순대 먹으러 광장시장 노점에 갔을 때 순대 7알에 6000원을 받으면서 무게까지 재는 걸 보고 기분이 상했다. 시장의 푸근한 인심은 다 옛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동 거리 노점에서 간식을 사 먹는 사람은 다 외국인”이라며 “비싼 가격으로 내국인이 떠나면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하고, 그럼 또 바가지를 씌우니 이게 바로 나라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광장시장 바가지 논란을 눈앞의 이윤을 극대화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놓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시장에 가는 건 시장이 주는 감성도 있지만, 인테리어가 없어 가격이 저렴하고 푸짐하기 때문”이라며 “야시장이나 전통시장이 이렇게 비싼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가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후진적 사고 때문”이라며 “관광으로도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에게도 외면받아 결국 상권이 쇠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