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경(27)씨는 평소 플라스틱 빨대를 선호했지만,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 규제 철회가 반갑지 않았다. 불편해도 환경을 위해 종이 빨대와 머그컵을 이용하던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고민 끝에 김씨는 텀블러와 다회용 빨대를 구매해 ‘제로 웨이스트’ 행보에 동참하기로 했다.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철회한 이후에도, 시민들 사이에서 일회용품 줄이기를 계속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불편해도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민들은 일회용 컵이 돌아온 모습을 보고 씁쓸한 심정을 드러냈다. 최유경(24)씨는 “카페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회용 컵을 주는 모습을 보고 흠칫 놀랐다”라며 “환경부 발표 직후 일회용 컵이 다시 등장하는 걸 보니,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맞나란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A씨도 “다회용 컵을 사용하던 식당에서 규제가 풀리니 바로 종이컵을 줬다”라며 “이게 현실이다. 규제 없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길 바란다는 환경부 정책이 씁쓸하다”라고 토로했다.
일부 시민들은 자발적 제로 웨이스트(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에 나섰다. 최근 일회용 컵이 다시 등장한 이후 텀블러를 챙겨 다니기 시작한 김민경씨는 “하루 1번씩 카페를 가는데, 매번 일회용 컵을 쓰자니 환경오염이 걱정돼 텀블러를 챙겨 다니기 시작했다”라며 “텀블러가 없을 땐 카페에 다회용 컵을 요청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모(26)씨는 “최근 날씨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환경오염 심각성을 몸소 느끼고 있다”라며 “정부 규제와 상관없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설거지 바를 샀고, 배달 음식 주문 시 일회용품 거절 등 앞으로도 이런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 다짐했다.
시민들은 정부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경운동연합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일회용품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규제 정책을 도입하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1.4%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일회용 종이컵·빨대 사용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77.1%에 달했다. SNS에선 환경부의 규제 완화를 비판하고 다회용 컵을 사용하자는 ‘일당백챌린지’가 인기다.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힌다. 환경부가 2019년 ‘1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하며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의 연간 사용량은 20~24억 개, 젓는 막대는 2억 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회용 컵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재활용률이 5% 미만으로 95% 이상이 묻히거나 소각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도 환경부의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시민들도 SNS를 통해 플라스틱 자제 챌린지를 하고 있고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경부만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해온 플라스틱 규제를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라며 “특히 플라스틱 컵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일상 속 제로 웨이스트는 작은 실천으로 가능하다. 유 활동가는 “제로 웨이스트는 일회용품을 대체할 수 있는 텀블러, 장바구니 사용 등도 있지만 일상 속 쓰레기가 발생할 만한 것을 구매하지 않는 것도 있다”라며 “과대 포장을 구매하지 않는 등 일상에서 실천할 방안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