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칼바람’…잇따르는 유통업계 희망퇴직

경기 불황 ‘칼바람’…잇따르는 유통업계 희망퇴직

기사승인 2023-12-05 06:00:38
연합뉴스

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유통·식품업계가 줄줄이 희망퇴직에 나섰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외식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고물가 속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인력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의 유통 계열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영화관 롯데시네마와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는 지난달 29일부터 근속 3년 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퇴직 위로금과 재취업 지원금은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는 조건이다. 롯데컬처웍스가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과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29일부터 전 직급별 10년차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퇴직 확정자에게는 최대 27개월치 급여와 직급에 따른 재취업 지원금 2000∼5000만원을 차등 지급한다. 롯데마트의 희망퇴직 프로그램 시행도 이번이 세 번째다.

2020년 실적이 안좋은 점포 12개를 매각한 롯데마트는 이듬해인 2021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창사 이래 처음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롯데홈쇼핑도 지난 9월 만 45세 이상, 근속연수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TV 시청자 수 감소와 소비 위축 등 업황 부진이 심화하자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 절감의 일환이었다.

구조조정 움직임은 최근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1번가도 이달 8일까지 만 35세 이상, 5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자는 4개월분의 급여를 받게 된다. 11번가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18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이다. 11번가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한시적 프로그램으로 ‘넥스트 커리어’를 준비하는 구성원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구성원의 자발적인 신청을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GS리테일도 1977년생 이상의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1년 6개월치 급여 지급과 학자금 등이 지급된다. 다만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한 직원 복지 차원의 희망퇴직이라는 게 GS리테일 측 설명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경영실적 부진 사유나 인력감축 목적이 아닌 직원들을 위한 복리후생제도로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해 왔다”며 “일정조건이 되는 시니어 직원들에게 새로운 인생설계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파리크라상은 이달 초부터 법인 소속 14개 브랜드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사유는 원재료비,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유업계인 매일유업은 지난 8월 강제성이 없는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업계에선 소비 침체 여파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 침체로 인해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 희망퇴직으로 조직 운영을 슬림화하고 있다”며 “유통·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혹독하고 씁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성원과 회사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을 긴밀하게 준비해 소비침체 상황을 대응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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