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골따라 하얗게 피어난 겨울 꽃과 나목(裸木)
- 넘실대는 파도 대신 하얀 얼음 장관
- 동막해변 나들이객 인생 샷 남기기 분주
모처럼 겨울다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바닷물도 얼었다.
25일 새벽 인천 강화도 동검도 앞 갯벌은 썰물로 물이 빠지면서 갯골이 드러나고 갯벌 골짜기 모양 따라 하얀 얼음이 덮여있다. 초지대교 건너 강화도 남쪽의 동검도 가는 도로 앞쪽으로 갯벌이 드넓게 형성되어 있다. 멀리 육지의 낮은 산등성이 위로 금방이라도 아침 해가 떠오를 것 같아 서둘러 드론을 띄었다.
붉고 푸른 하늘로 힘차게 드론을 올려보니 땅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낸 겨울 갯벌은 벌거벗은 겨울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것 같기도 하고 청룡의 해를 맞아 비상하는 용처럼도 보였다.
흔히 갯벌은 자연정화 활동을 하기에 ‘바다의 콩팥’이라고 말한다. 서해안 지역에서 적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도 갯벌의 정화능력 때문이다.
동검도 가는 길에서 만난 사진가 안순영 씨는 갯벌 위에 떠오르는 아침 해를 촬영하기 위해 새벽에 집을 나섰다고 했다. 안 작가는 “한 겨울 찬바람 맞으며 갯골과 하얀 얼음 그 사이로 떠오르는 아침 해는 늘 새롭다”면서 “맞은 편 김포반도에서 붉은 해가 갯벌과 갯골 사이를 비추며 새로운 조형미를 선사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각도에서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갯골의 풍경을 담아낸 후 다음 목적지인 강화 화도면 동막해변으로 향했다.
바다와 인접한 강화도 남단 도로를 달리다 보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강렬한 수묵화 같은 검은 해변을 만난다. 자동차로 목적지만 향해 달리다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차에서 내려 갯벌 위에 서는 순간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위대한 생태계를 발견하게 된다.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 낸 강화갯벌. 갯벌은 강화 남부지역, 석모도, 볼음도에 걸쳐 넓게 펼쳐져 있다.
특히 강화갯벌은 시베리아, 알래스카 지역에서 번식하는 철새가 일본, 호주,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중 먹이를 먹고 휴식을 취하는 중간휴게소 역할을 한다. 세계적인 희귀종 천연기념물 제205호인 저어새의 번식지로도 유명하고 동검도 일대는 천연기념물 202호에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02호인 두루미 무리가 겨울을 나는 곳이다.
한겨울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동막해변은 포말이 얼기 시작해 먼 바다까지 얼음이 얼어 일시적이긴 하지만 꽁꽁 언 북극해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다가 얼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지 동막해변에는 평일임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얼음 위에서 인생 샷 남기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 곳에서도 역시 드론을 띄어보니 북극한파에 제법 먼 바다까지 넓게 바다가 결빙된 모습이 화면에 가득 들어왔다. 파도에 의해 조각난 바다 얼음들 사이로 어쩔 수 없이 출어를 포기한 어선들은 휴식을 취하고 그 위로 겨울철새들이 줄지어 날아간다.
해변의 모래사장까지 얼어붙은 동막해수욕장에서 만난 김미진 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동료교사들과 함께 강화를 찾아 유적답사와 맛집 순례를 왔는데 바닷물이 꽁꽁 얼어붙을 것을 보게 되었다”면서 신기해했다.
남편과 함께 강화도를 찾은 김예빈씨는 “예쁜 일몰을 보려고 남편과 휴가를 내 강화도 동막해수욕장을 찾아왔다”면서 “꽁꽁 언 바다 위에서 얼음을 밟으며 남편과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추위도 사라졌다. 뜻밖에 얼음바다 위에서 인생사진 한 컷 구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월요일부터 나흘째 이어진 이번 한파는 26일 아침까지 이어진 뒤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2도에서 0도 사이로 평년기온 수준으로 누그러지고 낮 기온은 영상 2~9도로 평년기온보다 약간 높겠다.
강화=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