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서 3000km를 날아 피한(避寒)을 온 특별한 손님 독수리는 천연기념물 제243-1호이자 멸종위기종 2급이다. 스스로 사냥이 가능한 독수리 이글(Eagle)과 사냥능력이 부족해 죽은 동물 사체를 먹는 독수리 벌처(Vulture)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독수리는 벌처(Vulture)다. 현재 독수리는 전 세계에 2만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5살 미만 어린 독수리 2000여 마리가 우리나라를 찾는다. 이 중 200~600여 마리가 파주에서 겨울을 보낸다. 지난 22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많은 눈이 내렸다. 파주시에는 10.7cm의 눈이 쌓였지만 임진강 생태보존회 회원들은 독수리들을 위해 식당 문을 열었다. 윤도영 임진강 생태보존회 회장은 “사람도 눈, 비가 내린다고 밥을 안 먹지 않잖아요 독수리도 똑같아요”며 “독수리들도 밥 시간때를 맞춰 찾아온다”고 말했다. 독수리들에게 소문난 웨이팅 맛집은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매주 3회(화·목·토) 운영되며 아침 9시에 문을 연다. 주요 메뉴는 돼지와 소의 부산물이다. 임진강 생태보존회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독수리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며 “사냥을 못하는 독수리가 몽골의 추위를 피하고 먹이를 찾아 한국으로 오지만 한국에서도 동물 사체를 찾기가 쉽지 않아 인간의 개입이 없으면 일 개월 이내 굶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수리는 자연에 방치된 동물의 사체를 먹어 치워 전염병의 확산을 억제하고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생태계 청소부’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독수리들을 위한 고기는 총 600kg가 준비됐다. 기자가 먹이 비용에 대해 묻자 윤도영 임진강 생태보존회 회장은 “임진강 생태보존회 회원들 회원비와 개인 사비, 시민분들의 기부금으로 축협 등에서 고기를 구매하고 있다”며 “하루에 대략 60만원 넘게 지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들에 대해 “여기서 봉사하는 회원 모두 각자 본업이 있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독수리 식당 활동과 지원을 해주는 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독수리 식당이 운영되는 날이면 독수리 사진을 찍으러 온 사진작가들과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아들과 함께 독수리 식당을 찾은 채성옥(61)씨는 “독수리를 가까이서 보니 너무 신기하고 멋있다”며 “봉사자분들이 독수리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셔서 좋았다”고 말했다. 임진강 생태보존회 한 관계자는 “독수리들에게 겨울을 보내기에 파주 임진강변은 최고의 월동지며 비무장지대(DMZ)에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먹이를 구할 수도 있고 물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윤 회장은 “독수리 식당을 찾은 관광객분들이 휙 와서 둘러보고 가시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말고 추운 겨울 봉사를 하고 있는 운영진분들한테 인사 한마디라도 부탁한다”며 “독수리 식당은 독수리를 위해 운영되고 있으니 현장의 규칙과 통제를 따라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파주=임형택 기자 taek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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