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컬 대학’ 지정 등 지방대 살리기 초대형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수험생과 재학생들의 반응이 마뜩잖다. 전문가는 대학 구조조정보다는 대학 주변 인프라 및 양질의 일자리 구축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5일 종로학원 등 입시학원가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지난해 글로컬 대학에 최종 선정된 대학들은 경쟁률 반등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9개교(포항공대는 수시만 선발)의 2024학년도 정시 평균 경쟁률은 4.33: 1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그러나 이 경쟁률마저도 정시모집 인원이 367명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23년 지정 글로컬 대학은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로 총 10곳이다.
글로컬 대학은 교육부의 ‘지방대 살리기’ 사업의 최정점이다. 교육부는 대학 내·외의 벽을 허무는 대학에 투자해 지역 성장을 견인한다는 목표에서 추진하고 있다. 30개 대학은 규제혁신을 우선 적용받고 학교마다 5년간 1000억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방대 지원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의 지방대 외면은 여전하다. 글로컬 대학을 외에도 지방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4학년도 전국 4년대 대학 수시 미충원 인원의 92.6%는 지방대에서 발생했다. 비율뿐만 아니라 인원도 급증했다. 지방대 112곳의 수시 미충원 인원은 2만5326명으로 2만715명이었던 지난해보다 4611명(22.2%) 늘어난 수치다.
실제 지방대 재학생들도 지방대 소생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여기고 있었다. 24일 쿠키뉴스와 만난 지방대학 출신 학생들은 정부의 지방대 살리기 정책에 대해 “체감이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지방대 육성 의도는 알겠으나, 지방대 살리기는 단순한 현금성 지원이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방 거점 국립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20)씨는 “역대 정부에서 지방대 살리기 정책을 폈지만, 여전히 사회적 인식은 지방대1, 지방대2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지역인재 우대 등 취업 시 지역대학 출신을 우대한다고 하지만 폐교 위기가 더 크게 다가온다”며 “폐교대학 졸업생보단 인서울이 낫다고 판단해 편입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이 느끼는 위기감을 인지하지 못하고 현수막 걸기 식 행정을 이어가는 정부와 대학을 비판하기도 했다. 학생 유치와 혁신을 위해선 사업 유치, 국고지원 등이 성과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충청권 국립대에서 학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최모(30)씨는 “글로컬 대학이든, 학교가 정부에 얼마를 지원받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씨는 “글로컬대학 선정만으로 학생들이 진학할 거라 생각하는 건 너무 단순하다”며 “정부와 학교는 이 돈으로 학생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학생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등의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대학 구조 개편보다 학생들의 원하는 양질의 취업환경과 인프라 구축이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입시연구소 관계자는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이지만 취업에 종속된 부분도 크다”며 “대학진학에서는 대학 주변 인프라와 양질의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데, 대학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이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통 발달로 수도권권 지킴 현상은 더 공고화되고 있다”며 “대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양질의 일자리를 지방에 배분하는 게 구조조정보다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