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직장까지 15분, 굳이 서울에 살아야 하나요
방사선사로 일하는 김아연(23·여)씨는 서울의 높은 임금을 포기하고 지난해 2월 고향인 광주광역시에서 취업을 했다. 김씨가 고향으로 내려온 이유는 ‘워라밸’ 때문이다. 그의 가족, 친구 모두 광주에 있다. 퇴근 후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휴식을 취할 때 큰 행복을 느낀다.
서울에 비해 짧은 출퇴근 시간도 만족감을 줬다. 김씨의 집에서 직장까지의 거리는 8.4km이다.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자가용을 이용하면 20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하다. 김씨는 “광주는 서울보다 차가 적어서 그런지 어딜 가든 30분을 넘어가는 곳이 없다”면서 “서울에 놀러 갔다가 퇴근 시간에 잘못 걸려 지하철을 몇 대 보낸 경험 이후 광주에서의 여유로운 일상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통계청이 발표한 ‘근로자 이동행태 실험적통계 작성결과’에 따르면 출퇴근 소요 시간은 수도권 83.2분, 호남권 59.8분으로 23분 차이가 난다. 출퇴근 이동 거리는 수도권 20.4km, 호남권 15.8km로 5km 차이가 났다.
서울의 높은 물가, 감당하기 힘들어요
김윤정(24·여)씨는 지난 2019년 1월부터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서울호텔관광직업전문학교 입학을 계기로 상경했다. 서울에서는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특히 높은 물가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교통비, 식비, 기타 생활비를 종합해 한 달에 100만원이라는 지출이 생겼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허덕여야 했다.
가장 부담이 되었던 건 외식 비용이다. 김씨는 당시 고시원에 살았다. 외식을 자주 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에서는 만원이면 한끼를 해결할 수 있었지만, 서울은 달랐다. 점심과 저녁을 사 먹으면 하루에 3만원 이상 나갔다. 김씨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아 일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느꼈다”며 “고향으로 돌아가 취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광주로 돌아온 이후에는 금전적 여유가 생겨 따로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사이트가 낸 외식비 통계를 살피면, 2024년 3월을 기준으로 서울과 광주의 외식비는 적지 않은 가격 차이를 보였다. 비빔밥, 칼국수 등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메뉴들도 서울이 비쌌다. 특히 삼겹살 같은 경우 서울은 1만9514원, 광주는 1만5289원으로 4225원 차이가 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수도권에서 취업하는 청년의 경우 주거비 등 부담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곧 삶의 질 악화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모든 청년이 삶의 질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 취업을 선택한 청년들을 통해 청년 세대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세하 쿠키청년기자 s2_11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