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에 여성 팬이 늘며 마케팅 방식도 변하고 있다.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야구 경기가 지난달 27일 진행됐다. 2024 KBO 리그가 200만 관중을 돌파한 이날, 고척 스카이돔에도 1만5000여명의 관객들이 들어섰다. 매점과 화장실 외에도 공수 교대 시간마다 팬들의 발걸음이 몰리는 곳이 있었다. 키움 히어로즈 프레임으로 즉석 사진을 찍는 부스였다. 선수 사진을 신용카드 크기로 뽑아주는 포토카드 기계 앞도 마찬가지로 붐볐다. 사진 부스와 포토카드, 과거 아이돌 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문화들이 프로스포츠 업계를 흔들고 있다. 20~30세대 여성 팬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펼쳐진 새로운 풍경이다.
지난 2016년부터 프로배구를 봤다는 김태은(24)씨는 스포츠업계 마케팅의 변화를 체감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2~3년간 경기장을 찾는 여성 팬들이 부쩍 늘어났다”며 “같은 시기에 굿즈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유니폼이나 공인구 위주의 굿즈를 판매하던 스포츠 구단들이 여성 팬들의 수요에 맞춰 종류를 다양하게 늘리고 있다. 남자배구단 우리카드 우리WON의 경우 23~24시즌에 맞춰 선수들의 모습을 딴 아크릴 스탠드, 캐릭터 열쇠고리, 틴케이스 등의 상품을 내놓았다. 남자농구에서 여성 팬 마케팅에 적극적인 곳은 KBL 인기스타 허웅을 보유한 KCC 이지스다. 여성 아이돌 팬층에서 인물을 딴 봉제 인형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소속 선수 허웅의 봉제 인형을 제작해 판매했다. 프로야구 구단 LG 트윈스는 인기 캐릭터 ‘잔망 루피’와 2년 연속 협업 계약을 맺었다. 핸드폰 케이스, 스마트 등 발매된 컬래버 굿즈는 20~30세대 여성 팬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흐름은 지표로 드러난다.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진행된 남자 국가대표팀 A매치의 경우 여성 티켓 구입자의 비중이 54%에서 65%에 달했다. 프로야구 구단 SSG 랜더스는 작년 처음 홈 관중 100만을 돌파하며 흥행의 핵심이 20~30세대 여성 팬이라고 밝혔다. 2023년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발간한 ‘2022 프로스포츠 관람객 성향조사’에 따르면 고관여 팬의 53.5%가 여성이었다. 리그를 꾸준히 보고 응원구단의 선수를 꿰고 있는 열성팬의 과반수가 여성인 것이다.
프로스포츠 업계에 활기를 불러온 여성 팬, 유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문가는 체육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외대 김성희 교수는 “여성 팬 유입이나 유지를 위해서 여성이 직접 스포츠를 할 수 있게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스포츠에 입문한 여성 팬 중에는 선수를 아이돌처럼 응원하는 팬이 많다”면서 “이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적극적인 리그의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스포츠를 즐길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예빈 쿠키청년기자 codpqls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