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꿀은 벌에게 설탕을 먹여 만든 물질이다. 기자가 ‘물질’이라고 쓴 이유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이것을 ‘사양꿀’이라 부르며 공식 식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성분에서도 천연꿀과는 차이를 보이며, 가격도 더 저렴하다. 특히 이상기후가 지속되며 밀원이 부족해지고 꿀벌이 사라지는 가운데, 설탕물 급여는 꿀벌을 혹사시키며 면역력 저하와 수명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사양꿀 생산·유통 근절을 위해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설탕꿀’ 명칭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되는 실정이다.
대체 왜 이 물질이 ‘사양꿀’ 이름을 달고 식품으로 유통되고 있을까.
이야기는 약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9년 시중 유통 상당 제품이 벌에게 설탕을 먹여 채취한 저렴한 꿀이었다는 게 논란되며 벌꿀의 기준과 표시관리 전반에서 문제 제기됐다.
식품당국과 일부 업계·소비자단체 등이 논의해 ‘자율표시제’를 도입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사양꿀이 꽃꿀로 판매되는 문제가 지속됐다.
식약처는 일부 설탕을 먹여 키울 수밖에 없는 국내 불가피한 환경 특성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사양꿀이 꿀벌이 생산하는 벌꿀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며 사양꿀을 벌꿀류로 분류했다.
천연벌꿀 생산 농가는 반대했다. ‘설탕꿀’ 표기가 마땅한데, 소비자를 속이고 사양꿀 양봉업자들의 입지만 강화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약 15년이 지난 지금 사양꿀은 그대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최근 꿀벌이 실종되며 다시금 사양꿀을 ‘설탕꿀’로 바꾸고 생산·유통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꿀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는 사과·딸기·양파·호박 등 주요 작물 생산량이 감소해 농산물 수확량이 줄고 심각한 식량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당국 대응은 시큰둥하다.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밀원 부족 해결을 위한 꿀벌목장 제도화’ 토론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사양꿀을 ‘설탕꿀’로 바꿔야 한다는 데 대해 “사양꿀도 산업이고, 설탕꿀로 부르면 과연 팔리겠냐”고 답했다.
식약처도 마찬가지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양꿀을 소비자에게 더 홍보하겠다고 했지만, 두 기관 모두 ‘사양꿀 유통량이 많아 설탕꿀로 이름을 변경할 시 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꿀벌 실종이 세계적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유통량이 많으니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응을 피하는 것은 비겁하다.
설탕꿀로 표기하면 소비가 줄어들테니 혼동할 수 있는 ‘사양꿀’로 계속 표시해야 한다니. 이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아니 사양꿀로 설탕꿀 가리기 아닌가.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