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강경주의 노선을 이끌어온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이란의 외무부 장관인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의 사망이 확인되면서 중동 정세가 위기에 봉착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시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 참석 후 헬기를 타고 이동 중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란 내 2인자로 아야톨라 알리 세예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밑 정부 수반이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등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이 이끄는 비공식적인 군사 동맹인 ‘저항의 축’은 이번 사건을 두고 완전한 연대를 예고했다.
저항의 축 조직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와 레바논 시아파 정당인 헤즈볼라,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 정부 등이 합류돼있다. 이들은 이슬람의 종파 중 하나인 ‘시아파’와 관련이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러시아도 수색 헬기와 구조 전문가 47명을 파견하는 등 이란 지원에 나섰다. 이란은 지난 2월 러시아에 지대지 탄도미사일 400기를 지원해 러시아와 밀착했다.
또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원인이 외부의 영향으로 드러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협정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측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발발했다. 7개월이 지나 휴전협상을 하는 지금도 양측은 전면전을 준비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란 내 정치 상황도 문제다. 50일 이내에 이란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야 해 온건파와 강경파 사이 정치적 혼란도 야기될 전망이다.
전문가는 ‘헬기 추락원인’과 ‘대선 과정’이 중동 정국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가 생기면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헬기가) 왜 추락했는지 알아야 한다. 추락의 원인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이 달라질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이 다시 시작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란의 구심점이 사라져 (대선을 치르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추락했다면 세계 경제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