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디’의 마지막 꿈 “최정상에 오르고 싶다” [쿠키인터뷰]

‘비디디’의 마지막 꿈 “최정상에 오르고 싶다” [쿠키인터뷰]

KT에 홀로 남은 ‘비디디’…“적응 문제없어, 발전하고 있다”
“라인 스왑 ‘노잼’…파훼법 없다면 서머에도 나올 것”
“‘데프트’와 마지막 시즌…롤드컵 우승이 최종 목표”

기사승인 2024-05-25 06:00:11
14일 쿠키뉴스와 만난 ‘비디디’ 곽보성. 사진=김영건 기자

‘해줄 때 해주는 선수’. 팀이 위기에 몰릴 때 ‘해줘’를 외치면 어김없이 그가 등장했다. 아지르 ‘슈퍼토스’, 조이 ‘노룩 수면’ 등 수많은 명장면이 탄생했다. ‘비디디’ 곽보성은 그렇게 프로게이머 8년의 세월을 보냈다.

정규시즌 MVP 3회 수상에 빛나는 곽보성은 LCK 우승 2회,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4강 1회·8강 3회 등 수많은 대회에 출전해 꾸준히 자기 몫을 해냈다. LCK 통산 출전 기록도 ‘페이커’ 이상혁, ‘데프트’ 김혁규에 이어 3위(713경기)에 자리했다.

그런 그에게도 마지막 꿈이 있다. 바로 ‘롤드컵 우승’이다. 프로 내내 최상위권 선수로 평가받은 곽보성이지만, 아직 최정상에 오른 적은 없다. 쿠키뉴스는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KT 롤스터 사옥에서 곽보성을 만나 그의 남다른 각오를 들어봤다.

“저점을 높여야 한다…롤드컵만 가면 높이 올라갈 것”

KT는 스프링을 앞두고 선수단을 대거 교체했다. ‘비디디’ 곽보성을 제외하고 4명을 새로 꾸렸다. 탑은 신인 ‘퍼펙트’ 이승민을 콜업했고, 나머지 포지션에는 지난 2022년 DRX 롤드컵 우승 주역인 ‘데프트’ 김혁규, ‘베릴’ 조건희, ‘표식’ 홍창현을 영입했다. 

곽보성은 “적응에 큰 문제는 없었다. ‘퍼펙트’ 이승민은 같이 지낸 기간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나머지 선수들이랑은 친분이 없었는데 세 선수가 전에 같은 팀 활동(DRX)을 했다 보니 처음부터 금방 친해졌다”면서 “창현이가 워낙 공격적인 플레이를 좋아한다. 나도 과감한 플레이 성향이 있어서 그런 방향성을 선호한다. 호흡이 잘 맞았다”고 시즌을 돌아봤다.

“혁규 형과 언젠가 같은 팀을 하고 싶었다”고 수줍게 말한 곽보성은 “프로 끝날 때까지 같이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우연히 팀원이 됐다. 설레고 기대 많이 했다”면서 “같이 지내보니 내 생각만큼 대단한 선수다. 사람 자체가 ‘보살’이다. 모든 걸 다 받아준다. 생활하면서 예민한 상황도 있을 텐데, 누가 신경을 건드리거나 화를 내도 먼저 상대방을 생각하더라. 게임 내적으로도 너무 잘하는 선수”라고 김혁규에게 찬사를 보냈다.

올 시즌 KT는 고점과 저점이 뚜렷한 팀으로 평가받았다.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LCK 최강’ 젠지e스포츠(젠지)를 2-0으로 꺾었고, 나쁠 때는 4연패 수렁에 빠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KT는 지난 스프링에서 11승7패로 4위에 올랐지만, 플레이오프 때 5위 디플러스 기아에게 일격을 맞고 ‘조기 퇴근’했다. 곽보성은 “저점을 높여야 한다. 고점이 나왔을 때는 게임이 생각한 대로 다 풀린다. 젠지를 이기기도 했다. 하지만 저점이 떴을 때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플레이오프 1차전 디플러스 기아한테 4~5세트를 손쉽게 내줬던 순간이 제일 아쉽다”고 설명했다.

‘비디디’ 곽보성. 쿠키뉴스 자료사진

다만 곽보성은 팀 호흡이 점차 맞아가면서 현재는 제 궤도에 올라섰다고 했다. 그는 “스프링 처음에 비해 크게 발전했다. 개인적으로도 팀원들이 어떤 성향인지 파악했고, 어떤 플레이를 원하는지 알게 됐다. 요즘은 내가 게임 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폼이 많이 올라왔다”면서 “‘베릴’ 조건희의 과감함과 결정력, ‘데프트’ 김혁규의 리더십을 배우려고 한다. 게임 내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곽보성은 인상적인 선수로 ‘쵸비’ 정지훈을 꼽으며 “저점이 너무 높다. 경기 중 침착함이 눈에 띈다. 이점은 배운다고 배울 수는 없다”고 칭찬했다.

이번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서 화두로 떠오른 라인 스왑 전략에 대해 곽보성은 “미드는 관여하는 게 아예 없다. 라인 스왑하면서 탑이 시간이 남으니까, 미드에 들려서 견제하는 것 정도다. 미드 라인전 구도가 안 나올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스왑 메타 자체가 ‘노잼’”이라면서 “파훼법이 나오지 않는다면 서머에도 계속 라인 스왑이 이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스프링 최종 5위를 기록한 KT는 롤드컵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곽보성은 “롤드컵을 가게 된다면,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KT 장점이 굴릴 때 확 굴리는 점이다. 해외 팀들이 ‘속도전’을 좋아하기 때문에 국제전에 가면 강점이 부각될 수 있다. 서머 목표는 롤드컵 진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즌 후에는 매번 후회…올 시즌에는 꼭 롤드컵 우승하고 싶다”

공부를 싫어했다던 곽보성은 “예체능을 좋아했다. 만약 프로게이머 안 했으면 운동선수를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 곽보성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선수는 ‘페이커’ 이상혁이다. 그는 “사람 자체가 멋있었다. 친구들이랑 모여서 본 첫 롤챔스 경기가 ‘제드 미러전’이었다. 그날 이후에 ‘페이커’를 더 찾아보고, ‘매드 무비’ BGM을 틀고 제드를 연습했다. 그래서 ‘제드 장인’이 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최근 곽보성은 LCK 공식 예능에 출연해 이상혁의 휴대폰 번호를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를 묻자 “신인 때는 ‘페이커’ 이상혁을 보는 게 엄청 신기했다. 지금은 번호가 없더라도 SNS가 발달해서 괜찮다”고 쿨하게 답했다.

프로게이머 꿈을 이룬 후 선배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고 한 곽보성은 “특히 ‘프레이’ 김종인에게 많이 물어보고 배우면서 장점을 많이 흡수했다. CJ 엔투스 때는 프로게이머로서 기본 자질을 배웠다. 처음에는 새벽 3시까지 개인 연습하는 게 이해가 안 됐다. 그냥 12시 땡하면 퇴근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형들이 눈치를 조금씩 주더라. 그때 ‘이게 프로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14일 쿠키뉴스와 만난 ‘비디디’ 곽보성. 사진=김영건 기자

곽보성은 올 한해 목표로 “항상 시즌 후에 후회가 남았다. 올 시즌은 꼭 최대한 높이 올라가서 롤드컵 우승하고 싶다. ‘데프트’ 김혁규도 올해가 마지막인 걸로 알고 있어서 꼭 같이 우승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끝으로 곽보성은 “팬들은 경기에서 져도 항상 ‘화이팅’을 외쳐주신다. 그때마다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다. 스프링에 아쉬운 성적을 거뒀지만, 첫 시즌치고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서머 준비 잘하고 있으니 응원 많이 해달라”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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