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모 항공사에서 정비사로 근무하는 지인한테 들은 이야기다. 항공사는 ‘알테쉬’(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로 불리는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로 인해 특수를 누렸다고 했다. C커머스 업체들의 호조에 힘입어 화물 취급량이 늘었기 때문이란다.
충분히 공감가는 말이었다. 그간 주변에서 C커머스를 이용하는 지인들을 심심치 않게 봐왔다. 바리스타 학원 원장님도 두 달 전에 알리에서 직구로 커피 그라인더를 구매했다고 했다. 배송이 좀 느리긴 했지만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실용성 측면에서 괜찮다고 하셨다. ‘역시 가성비에선 따라갈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또다른 지인은 지난달 테무를 통해 로봇 청소기를 구매했다. 아직 고장나지 않고 쓸만하다는 평가다. ‘가격 고민을 1도 안해도 된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초저가 전략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주위만 둘러봐도 C커머스는 우리 실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이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알리와 테무의 이용자 수는 급격히 늘어 올해 5월 기준 약 17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해외 직접 구매액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몰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로 알리익스프레스(887만명), 테무(829만명)는 전월 대비 각각 69%, 248% 증가했다.
하지만 이용자가 늘면서 제기되는 부작용도 상당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C커머스 논란이 쏟아지고 있다. 연일 알테쉬 공습이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은 물론 각종 신문·온라인 매체들은 앞다퉈 관련 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가장 큰 화두는 ‘안전성’이다. 실제 C커머스의 안전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C커머스를 이용한 국내 소비자와 사업자들의 피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 서울시가 약 두 달간 알테쉬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어린이용 제품 93개를 분석한 결과 40개 제품(43%)에서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 유해성이 확인된 제품은 판매 금지를 요청하고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 검사로 걸러내기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가품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도 전무하다. 소비자 안전성 확보나 시장 보호를 위한 대책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 KC 인증 의무화 규제를 발표했다가 사흘 만에 철회한 사례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커머스 생태계는 또 어떤가. 업계에선 입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C커머스의 국내 상륙은 빠르게 소비자를 흡수시키며 토종 이커머스 업체들을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 이같은 공습은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토종 사업자들은 물론 소상공인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C커머스의 한국 진출은 국내 시장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에게 있어선 가성비를 갖춘 특별한 플랫폼이자, 또다른 측면에선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커머스 사업자들에겐 무서운 경쟁자이면서도 새로운 시장 판로를 열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지금. 앞으로는 더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C커머스 성공이 국내를 넘어 아시아 등으로 세력이 확대된다면 유통 시장에서의 장악력도 어마무시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상생할 수 있는 대응책이 필요하다. 알테쉬의 공세를 피할 수 없다면 맞설 것이 아니라 같이 공생해 나가는 방법을 찾는 게 이득이지 않을까. 이커머스의 무한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테니 말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