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만개. 5살이던 최진호군이 사라진 후 그의 아버지가 7년간 태운 담배의 개수다. 매일 8갑씩 담배에 불을 붙이고 피우기를 반복했다.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자책감, 정부의 무관심, 외로움에 최씨의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다. 남은 건 마음의 병과 생활고뿐이다. 최씨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진호의 생일, 어린이날, 어버이날, 그리고 진호가 사라진 달. 오랜 세월이 지나 메마른 줄만 알았던 눈물도 5월이 찾아오면 왈칵 쏟아진다. 최씨는 이렇게 24년을 반복했다.
20년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동의 수는 1044명이다. 이들의 부모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실종 아동 관련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 먼저 실종 수사 업무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종 사건은 신고 이후 1년이 지나면 각 시도경찰청에서 맡게 된다. 형사과에서 여성청소년과로, 강력수사과로, 형사기동대로. 장기실종 사건 관할은 계속 바뀌었다.
전문성을 가진 전담 부서를 배치해 수사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6명이다. 살인 사건, 강력 미제 사건도 함께한다. 더불어 잦은 인사 발령으로 수사 전문성까지 갖추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실종 아동 부모들과 경찰이 공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몇십 년씩 아이를 찾아다니면서 부모들은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췄다. 그러나 사법권이 없기 때문에 수사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순 없다.
실종 예방 대책에 비해 찾기 관련 대책이 적다. 지난 24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장기 실종 가족들의 요구로 찾기 정보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친생부모의 정보가 불분명한 입양인도 무연고 아동으로 유전자 등록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실종아동 연차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도 개선 사항도 발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 대책을 보면 실종 예방이 골자였다. 사라진 실종 아동은 관심 밖이었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예방과 홍보에서 나아가 ‘찾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슬픔 뒤에는 분명히 희망의 빛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경찰 조직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수사 기법을 연구해야 한다. 실종 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한 민관 협력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실종아동 가족들의 일상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희망과 절망의 반복이다. 죽는 날까지 자녀를 찾는 데 시간을 쏟고 싶다고 말하는 부모들의 외침에 정부는 귀 기울여야 한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