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빨리 오세요” 장다리물떼새의 여름 이야기

“아빠, 빨리 오세요” 장다리물떼새의 여름 이야기

기사승인 2024-07-07 06:00:01
"아빠, 어디갔다가 이제 오세요"
지난 6월 하순 화성시 화옹호에서 갓 태어난 장다리물떼새 새끼가 잠시 외출하고 돌아오는 아빠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장다리물떼새는 멋쟁이 새다. 이름을 짓게 한 가늘고 긴 붉은 다리가 무엇보다 눈에 띈다. 검은 부리도 가늘고 길며 붉은 바탕에 검은 눈동자가 있는 큰 눈을 갖고 있다. 몸길이 48∼51㎝로 제법 큰 데다 긴 다리와 검은 날개, 흰 몸이 선명한 대조를 이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 한번 보고나면 또 보고 싶은 ‘멋쟁이 새’
- 야생 조류의 삶, 인간보다 더 진지해
- 대부분 번식 성공해 둥지 벗어나

사랑스러운 눈망울과 늘씬하고 긴 다리로 우아하게 논 사이를 사뿐 사뿐 걷는 장다리물떼새는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야생조류이다. 2년 전 장다리물떼새의 번식과정을 화성시에 소재한 화옹호에서 취재해 한 차례 기사화했지만 그들 소식이 궁금해 지난 6월 24일, 다시 화옹호를 찾았다.
"둥지로 돌아오는 다둥이 엄마"
장다리물떼새는 4~8월 사이 얕은 물가 드러난 흙더미 위에 둥지에 3~5개의 알을 낳는다. 둥지를 지을 때 수컷은 돌을 골라내고 풀과 나뭇가지를 치우며 바닥을 고르면서 몇 번이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어서기를 되풀이 하며 둥지를 다진다.

2002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바닷물 9.8㎞를 막으면서 화옹지구(화옹호)는 4482㏊의 대규모 농지와 1730㏊의 담수호가 생겼다.

서산 천수만보다 20년 늦게 조성된 화옹지구에는 서해안을 통과하는 이동새들과 다양한 텃새들이 모여들고 먹이사슬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새들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천수만에서 처음 번식이 확인된 장다리물떼새 역시 천수만에서의 번식이 어려워지자 일부 개체수가 화옹호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

"여보, 이제 교대시간"
장다리물떼새는 긴 핑크색 다리와 검정색 부리, 검정색 윗면과 흰색 아랫면의 대비 등으로 다른 종과 구별하기 쉽다. 날개 아랫면은 검정색이다. 수컷 머리깃의 여름깃은 검고 암컷은 희다. 겨울에는 암수 모두 머리에 거무스름한 부분이 있다.

지난 번 취재 시 번식한 장소에서 이웃한 논에서 무려 6개의 둥지를 볼 수 있었다. 둥지 주변의 논에서는 서너 마리씩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장다리물떼새가 쉽게 관찰되었다. 한 두곳은 번식을 했지만 대부분의 둥지는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고 있었다. 번식 중인 새들은 특히 예민해서 둥지 촬영은 차안에서 창문을 통해 기록하는 것이 원칙이다. 어미 새가 놀라거나 외부에 위협을 느끼면 둥지를 오래 비우거나 아예 둥지를 포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장다리물떼새는 외모는 물론 부부애정이 돈독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그들은 함께 먹이활동하거나 데이트하는 모습이 수시로 목격되는데 특히 짝짓기 후 서로 얼굴을 부비고 서로의 눈을 맞추며 다정히 걷는 모습을 보여줘 사진가들이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얼른 가져다 버려야지"
장다리물떼새 어미가 알에서 태어난 새끼의 알껍질을 입에 물어 둥지를 벗어나고 있다. 장다리물떼새는 다른 물떼새에 비해 포란일이 조금 길어 약25일간 알을 품는다.

화옹호에서 만난 생태사진가 김영준(62) 목사는 “목회가 없는 날이면 카메라를 둘러 메고 야생조류의 진솔한 삶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자연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새들의 삶 역시 사람 못지않게 치열하다. 특히 새 생명을 키워내는 요즘 시기에 부모 새들의 자식 사랑은 사람보다 더 애틋하다. 부모새들의 희생적인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정말 감동적이다. 목사인 내가 오히려 부끄러울 때가 더 많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소중한 생명체들이 이유도 모른 체 죽어가거나 고통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들이 진솔한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자연의 소중함과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어 조류생태에 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맵시 합니다"
장다리물떼새는 멋쟁이 새다. 이름을 짓게 한 가늘고 긴 붉은 다리가 무엇보다 눈에 띈다. 검은 부리도 가늘고 길며 붉은 바탕에 검은 눈동자가 있는 큰 눈을 갖고 있다. 몸길이 48∼51㎝로 제법 큰 데다 긴 다리와 검은 날개, 흰 몸이 선명한 대조를 이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장다리물떼새는
도요목 장다리물떼새과의 조류인 장다리물떼새(학명:Himantopus himantopus)는 몸길이 48∼51cm로 도요목 중에서 큰 키를 자랑한다. 부리는 검은색으로 가늘고 길며, 핑크색 다리는 매우 길어 다른 종과 구별된다. 날개는 검은색이고 흰색 아랫면의 대비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수컷의 몸 윗면은 진한 녹색이고 암컷은 어두운 갈색을 띤다. 세계적으로 온대와 열대 지방에 폭넓게 분포한다. 이들은 핑크색 긴 다리로 얕은 물을 성큼성큼 걸으며 물고기나 수서곤충의 유충, 곤충류,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다.
"저흰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아요"
갓 태어난 장다리물떼새 새끼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물떼새류는 보통  태어나자마자 바로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장다리물떼새는 1997년 천수만 간척지에서 처음으로 번식이 확인되었으며 현재는 봄에서 가을까지 우리나라 전국 해안과 습지에서 일정한 개체수가 규칙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장다리물떼새는 얕은 물가 드러난 흙더미 위에 둥지를 짓는다. 그 이유는 물을 통해 천적들로부터 보호는 물론 대부분의 물떼새가 그렇듯 장다리물떼새 새끼들도 알을 깨고 나와 몸의 깃털이 마르면 바로 둥지를 벗어나 먹이를 찾는다. 그래서 새끼들을 바로 먹이터로 인도하여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 얕은 물가 한가운데 집을 짓는 것이다.
"플라스틱 통 잘라서 높여논 둥지"
둥지를 높여 놓으면 부모새는 큰 영향이 없고 장마나 써레질에도 대비가 되지만 어린 새끼들에게는 큰 위협이어서 상황에 맞춰 신중해야한다. 또한 둥지 재질도 신경써서 새들이 오르내리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농부들이 논에 써레질을 하면서 알이 떠내려가거나 혹은 장마에 둥지가 쉽게 물에 잠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둥지를 높게 올리기도 하지만 알에서 깨어난 어린새끼에게는 높은 둥지가 큰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어 상황에 맞춰 신중해야한다. 실제로 며칠 전 번식한 새끼 한마리가 둥지를 높인 곳 주변에서 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나 잡아봐라"
천적이 나타나자 둥지의 알을 보호하기위해 부모새가 재빠르게 둥지를 벗어나고 있다.
"차라리 날 잡아가요" 어비새의 의태행동
알을 품고 있던 어비새가 천적이 나타나자 둥지에서 관심을 돌리려 둥지를 벗어나 의태 행동을 하고 있다. 자신에게 주의를 집중하게 하기위해 아픈 척하거나 소리를 지르기도한다.

집단번식하는 장다리물떼새는 천적이 나타나면 소리로 위협하고 집단비행을 통하여 천적들을 쫒아내기도 하고 의태행동으로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아마도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면 둥지가 물에 잠길 수도 있어 장다리물떼새 부부는 하루라도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길 소망할 것이다. 다행히 2차 취재를 위해 찾은 28일에는 한 개의 둥지를 빼놓고는 모두 부화에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화홍호를 찾은 7월 3일에도 마지막 둥지는 그대로 어미가 알을 품고 있었다. 부디 큰 비가 내리기 전 마지막 둥지도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길 기대한다.

"서로 불편하지 않게"
화옹지구에서 만난 한 농부는 “일부 사진작가 분들이 바쁜 농사철에 농기계 통행을 불편하게 하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기도 한다”면서 “오죽하면 출입문을 닫았겠냐. 또한 둥지 주변에서는 이야기하거나 차에서 내리면 안된다”며 촬영 예의를 강조했다.

"아기야, 슬슬 먹이활동 나가야지"
장다리물떼새 새끼들은 태어나서 털이 마르면 바로 둥지를 벗어나 스스로 먹이활동을 시작한다. 장다리물떼새는 유라시아대륙 중부와 남부, 아프리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북미 중부지역, 남아메리카에 분포한다.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 적은 수가 번식한다. 4월 중순부터 도래하며 9월 하순까지 지낸다.

"여보, 난 당신 뿐이야"
짝짓기를 마친 장다리물떼새 부부가 서로의 목과 얼굴을 맞대고 부리를 비비면서 다정하게 걷고 있다. 왼쪽이 암컷, 오른쪽이 수컷이다.

장다리물떼새는 간척지·습지·바닷가·논·호수·삼각주 등지에 찾아와 얕은 물에서 먹이를 찾아 조용히 걸어다니다가 멈출 때는 몸을 위아래로 흔든다. 개구리와 올챙이·도마뱀·물고기·곤충·조개 등을 섭취한다.

화성=글·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김영준 생태사진가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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