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 보고나면 또 보고 싶은 ‘멋쟁이 새’
- 야생 조류의 삶, 인간보다 더 진지해
- 대부분 번식 성공해 둥지 벗어나
사랑스러운 눈망울과 늘씬하고 긴 다리로 우아하게 논 사이를 사뿐 사뿐 걷는 장다리물떼새는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야생조류이다. 2년 전 장다리물떼새의 번식과정을 화성시에 소재한 화옹호에서 취재해 한 차례 기사화했지만 그들 소식이 궁금해 지난 6월 24일, 다시 화옹호를 찾았다.
2002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바닷물 9.8㎞를 막으면서 화옹지구(화옹호)는 4482㏊의 대규모 농지와 1730㏊의 담수호가 생겼다.
서산 천수만보다 20년 늦게 조성된 화옹지구에는 서해안을 통과하는 이동새들과 다양한 텃새들이 모여들고 먹이사슬이 형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새들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천수만에서 처음 번식이 확인된 장다리물떼새 역시 천수만에서의 번식이 어려워지자 일부 개체수가 화옹호로 삶의 터전을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취재 시 번식한 장소에서 이웃한 논에서 무려 6개의 둥지를 볼 수 있었다. 둥지 주변의 논에서는 서너 마리씩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장다리물떼새가 쉽게 관찰되었다. 한 두곳은 번식을 했지만 대부분의 둥지는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고 있었다. 번식 중인 새들은 특히 예민해서 둥지 촬영은 차안에서 창문을 통해 기록하는 것이 원칙이다. 어미 새가 놀라거나 외부에 위협을 느끼면 둥지를 오래 비우거나 아예 둥지를 포기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장다리물떼새는 외모는 물론 부부애정이 돈독하기로 소문이 나있다. 그들은 함께 먹이활동하거나 데이트하는 모습이 수시로 목격되는데 특히 짝짓기 후 서로 얼굴을 부비고 서로의 눈을 맞추며 다정히 걷는 모습을 보여줘 사진가들이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화옹호에서 만난 생태사진가 김영준(62) 목사는 “목회가 없는 날이면 카메라를 둘러 메고 야생조류의 진솔한 삶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자연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새들의 삶 역시 사람 못지않게 치열하다. 특히 새 생명을 키워내는 요즘 시기에 부모 새들의 자식 사랑은 사람보다 더 애틋하다. 부모새들의 희생적인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정말 감동적이다. 목사인 내가 오히려 부끄러울 때가 더 많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인간의 욕심 때문에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소중한 생명체들이 이유도 모른 체 죽어가거나 고통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들이 진솔한 삶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자연의 소중함과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어 조류생태에 관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다리물떼새는
도요목 장다리물떼새과의 조류인 장다리물떼새(학명:Himantopus himantopus)는 몸길이 48∼51cm로 도요목 중에서 큰 키를 자랑한다. 부리는 검은색으로 가늘고 길며, 핑크색 다리는 매우 길어 다른 종과 구별된다. 날개는 검은색이고 흰색 아랫면의 대비가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수컷의 몸 윗면은 진한 녹색이고 암컷은 어두운 갈색을 띤다. 세계적으로 온대와 열대 지방에 폭넓게 분포한다. 이들은 핑크색 긴 다리로 얕은 물을 성큼성큼 걸으며 물고기나 수서곤충의 유충, 곤충류,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다.
장다리물떼새는 1997년 천수만 간척지에서 처음으로 번식이 확인되었으며 현재는 봄에서 가을까지 우리나라 전국 해안과 습지에서 일정한 개체수가 규칙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장다리물떼새는 얕은 물가 드러난 흙더미 위에 둥지를 짓는다. 그 이유는 물을 통해 천적들로부터 보호는 물론 대부분의 물떼새가 그렇듯 장다리물떼새 새끼들도 알을 깨고 나와 몸의 깃털이 마르면 바로 둥지를 벗어나 먹이를 찾는다. 그래서 새끼들을 바로 먹이터로 인도하여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하기위해 얕은 물가 한가운데 집을 짓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농부들이 논에 써레질을 하면서 알이 떠내려가거나 혹은 장마에 둥지가 쉽게 물에 잠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둥지를 높게 올리기도 하지만 알에서 깨어난 어린새끼에게는 높은 둥지가 큰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어 상황에 맞춰 신중해야한다. 실제로 며칠 전 번식한 새끼 한마리가 둥지를 높인 곳 주변에서 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집단번식하는 장다리물떼새는 천적이 나타나면 소리로 위협하고 집단비행을 통하여 천적들을 쫒아내기도 하고 의태행동으로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도 한다.
아마도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면 둥지가 물에 잠길 수도 있어 장다리물떼새 부부는 하루라도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길 소망할 것이다. 다행히 2차 취재를 위해 찾은 28일에는 한 개의 둥지를 빼놓고는 모두 부화에 성공했다. 안타깝게도 마지막 화홍호를 찾은 7월 3일에도 마지막 둥지는 그대로 어미가 알을 품고 있었다. 부디 큰 비가 내리기 전 마지막 둥지도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길 기대한다.화성=글·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김영준 생태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