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당명 변경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나경원 당대표 후보가 이를 논의 안건으로 들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더욱 시급한 현안들이 있다면서 회의적인 시선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 후보는 최근 당명 변경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당의 보수 정체성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나경원 캠프 측 관계자는 1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명 변경을 언급한 배경으로) 전 세계적으로 봐도 당명에 당의 가치가 들어가 있지 않은 건 우리당 뿐”이라며 “가치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특히 해외에선 ‘People Power Party’라고 소개하는데 명함을 줄 때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추가로 얘기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보수 색채를 지우기 위해 국민의힘은 당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젠 정체성을 확실히 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을 위한다는 신념을 담기 위해 지난 2020년 전격적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자유’나 ‘한국’ 등의 단어를 빼면서 보수 색채를 최대한 지양한 것이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21대 총선에서 참패해 변경했는데 이는 22대 총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입장과 유사하다.
국민의힘은 2000년대 이후부터 위기상황마다 당명을 변경해왔다. 외연 확장과 보수 정체성 재확립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한나라당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쭉 이어오던 명칭이지만 20대 총선 패배 직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했다.
새누리당 같은 경우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당명이 유지됐으나 박근혜 탄핵 정국으로 인해 이미지 쇄신을 위해 자유한국당으로 개명했다. 이후 미래통합당을 거쳐 현재의 국민의힘이 된 것이다.
당내에선 당명 변경에 대해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22대 총선 패배 후 메시지적인 부분보다 당의 전반적인 시스템 변경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논의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며 “당에 산적한 현안들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국민에게 큰 소구력이 있을 거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등이 더욱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5일 쿠키뉴스에 “음식점이 음식을 안 바꾸고 간판만 바꾼다고 해서 소비자의 공감을 얻긴 힘들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 등 현안이 더욱 우선시돼야 할 거 같다”고 전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