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은 늘어나고 있지만, 장묘 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반려인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민국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한다. 일반 가정에서 수습하게 된다면 종량제 봉투에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몇 년을 함께했던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버릴 수 있을까. 반려동물의 사체를 산이나 들에 매장하는 것도 불법이기 때문에 장묘시설을 통해 처리하는 방안만이 남는다.
1일 기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화장이 가능한 동물장묘업체는 총 70곳뿐이다. 경기 27곳, 경남 9곳, 경북 6곳, 전북 5곳, 충북 5곳, 충남 4곳, 전남 4곳, 부산 3곳, 강원 3곳, 세종 2곳, 인천 1곳, 울산 1곳이다. 서울과 제주, 대전, 광주, 대구에는 현재 장묘시설이 없다. KB경영연구소가 지난해 6월4일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이다. 반려견의 수는 473만 마리, 반려묘의 수는 239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반려동물의 수에 장묘시설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박송이(40)씨는 지난 2016년과 지난해 12월 키우던 두 마리의 고양이를 각각 떠나보냈다. 김 씨는 제주도에 거주하기 때문에 두 차례 모두 육지로 올라와 반려동물의 장례를 진행했다. 박씨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부패가 진행되기 전에 사체를 스티로폼 박스에 옮겨야 한다. 육지에서는 반려동물 장례지도사가 집으로 방문해 주는 서비스도 있다고 들었다.”며 “제주도에서는 이 과정을 모두 혼자 진행해야 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화장한 반려동물의 유골을 다시 제주도로 가지고 오는 데에도 어려움이 겪었다. 그는 “16년도에는 화장한 유골을 들고 비행기를 타는 과정에서 공항 직원들과 마찰이 있기도 했다”면서 “공항 측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다 보니 ‘된다, 안 된다’로 공항 직원들과 실랑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왜 이렇게 부족할까. 동물 장묘시설의 경우 인허가 규제가 까다롭다. 화장장이 포함되기 때문에 20호 이상의 민가가 밀집된 지역과 공공시설 300m 이내에는 설립이 불가능하다. 환경오염 규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사실상 서울에는 장묘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 마땅한 용지를 마련하기 어렵다. 주민들의 반대도 우려 사항이기에 서울시에서는 공공 장묘시설을 건립할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다른 지역의 장묘시설로 연계하는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 동물장묘법 등록 기준을 제한하는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장묘시설의 건립에는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는 어떨까.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반려인이 소유한 사유지가 있다면 매장이 가능하다. 또 이동식 장묘업이 허용되어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이동식 동물장묘란 소각로가 있는 차량을 이용하여 보호자의 집을 찾아가 화장을 진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2004년 후쿠오카에서 처음으로 이동식 반려동물 장묘를 허가했다. 이후 법제화가 되어 현재는 200여 곳 이상의 이동식 장묘 업체가 성행 중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동식 동물 장묘가 불법이다.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22년 6월 제주도 내에 이동식 화장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지만,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던 만큼 국내 허용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