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지 예고’ 잇따른 정비 사업장 갈등 ‘코디네이터’ 효과 톡톡

‘공사 중지 예고’ 잇따른 정비 사업장 갈등 ‘코디네이터’ 효과 톡톡

기사승인 2024-10-13 06:00:05
지난 1월부터 6개월 간 공사가 중단됐던 대조1구역 공사 현장 모습. 사진=조유정 기자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서울시의 중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공사비 인상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9월27일 ‘이촌 르엘(이촌 현대 리모델링)’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내 걸었다. 같은 달 12일 GS건설도 장위4구역(서울시 성북구 장위동)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붙였다. 방화6구역(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재개발 현장은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과 갈등으로 1년 이상 공사를 중단됐다. 결국 9월29일 조합은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계약 해지안을 통과시켰다.

조합과 시공사의 주된 갈등 요인은 공사비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29.71로 전년 동월 대비 1.82% 올랐다. 2021년 8월보다는 15% 이상 높은 수치다. 건설 필수 자재와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해 업계는 공사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위4구역 시공을 맡은 GS건설은 착공 이후 3차례 공사비를 인상한 데 이어 올해 초 다시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시공사는 올해 772억원 증액을 요청 후 지난 7월 기준 483억원까지 조정 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촌 르엘을 맡은 롯데건설은 도급계약서상 공사비를 3.3㎡당 542만원, 총 2727억원에서 각각 926만원, 4981억원으로 증액과 공사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합과 이견으로 갈등이 진행 중이다.

조합의 입장에서는 공사비 인상 시 추가 분담금 상승 등 부담으로 이어진다. 또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분이 과다해 갈등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인해 한국부동산원이 공사비를 검증한 결과 16% 감액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시공사가 적정 공사비보다 많은 돈을 요구했단 것을 의미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20일 기준 올해 공사비 검증 완료 건수는 기준 24건이다. 정비사업 시공사들이 24곳 조합에 요구한 증액 공사비는 총 2조6548억원이다. 부동산원은 설계와 마감재 변경, 금융비용, ESC 등 검증을 거쳐 16% 감액한 2조2389억원이 적정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 결과는 권고 사항일 뿐 강제 이행 조항이 없어 참고사항에 그친다.
 
갈등이 이어지며 정비사업 현장의 공사 중지 예고가 잇따르자 서울시는 중재에 나섰다. 시는 매월 공사비 증액 및 변경계약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며 갈등 발생 시 조정‧중재에 나서고 있다. 정비사업 코디네이터는 정비사업 분쟁 발생 사업장에 시·구·갈등 당사자와 협의체를 구성해 조정안을 제시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행정·도시정비·법률·세무·회계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개요 및 도급계약현황 △기존 공사비 검증이력 및 공사비 검증대상 여부·이행계획 △증액요청 금액 및 사유·세부내역 △조합·시공자 간 협의 이력 및 의견 청취 △향후 협의 일정 등을 항목별로 살피고 있다.

시는 현재 공사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장위4구역(서울시 성북구 장위동)과 이촌르엘 리모델링현장에도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갈등을 조율 중이다. 앞서 청담 르엘, 미아3구역·안암2구역, 잠실진주 재건축 현장 등의 갈등도 봉합한 바 있다.

건설업계는 서울시 중재가 조합과 갈등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공사비 갈등을 경험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을 둔 입장 차이가 분명해 갈등이 이어진다”면서 “코디네이터 파견 시 각각 입장을 들은 뒤 중재안을 조율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디네이터가 누구와도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중도적인 입장으로 조율을 도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중개가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3자가 협의를 도와 의견 조율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조합에서도 시공사가 하는 주장에 대해 신뢰가 안 가는 부분도 있는데 전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사례에 근거해 설명을 해줘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조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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