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수험생들은 디지털 기기 등을 멀리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약을 처방받는 분위기다. 다만 전문가는 수험생들의 불안함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행태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임모(18)양은 29일 쿠키뉴스와 만나 최근 아날로그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임 양은 한 달 전부터 유튜브를 보지 않고 음악도 듣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임 양은 “수능 전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중”이라며 “‘아파트’(로제·브루노 마스)뿐만 아니라 ‘수퍼노바’(에스파) 등 올해 중독성 강한 노래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빨리 수능 끝나고 제대로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수능 금지곡’ 이란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가사로 한 번 들으면 머릿속에 맴도는 음악을 뜻한다. 과거 2030세대에게 유명세를 탔던 수능 금지곡은 ‘유알맨’(SS501), ‘링딩동’(샤이니) 등이 있다. 수능 금지곡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독성 강한 노래들에 올해의 수능 금지곡이라는 타이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불안감에 복통과 수면장애 등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수험생들도 많았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험생 강모(18)군은 최근 불면증을 겪고 있다. 강 군은 “수면 패턴을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불안감 때문인지 공부 시간을 조금만 덜 채워도 잠을 못 잔다”며 “자려고 누우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자는 게 죄짓는 기분이다. 부모님의 걱정도 큰 편”이라고 털어놨다.
재수생 정모(19)씨는 지난주부터 하루에 한 번씩 배탈이 나고 있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느끼는 불안함이 신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씨는 “내년에는 도저히 (삼수를)못 하겠기에 올해로 끝내야 한다는 마음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지난해 수능에서 너무 떨어서 수능을 망친 기억이 있다. 올해는 긴장을 완화해 주는 약(인데놀)도 미리 처방받았다”고 전했다.
인데놀은 통상적으로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지만, 수험생들이나 취업 준비생 등에게는 긴장과 떨림을 완화해 주는 만병통치약으로 유명하다. 수험생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서울 인데놀 처방 잘 해주는 병원’, ‘강남권 인데놀 처방 쉽나요?’ ‘인데놀 처음엔 반 알 먹어보는 걸로 시작해 보세요’ 등 약에 대한 후기와 처방을 쉽게 받는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다만 수능을 먼저 치른 선배 수험생들은 수능 전 긴장은 당연하다고 평가했다. 10년 전 수능을 봤던 직장인 김모(29)씨는 “지나고 보니 수능은 큰 시험이라 나만 떨리는 게 아니다”라며 “수능을 내 인생에서 치루는 수많은 시험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부담을 내려놓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입시 전문가 역시 수험생들의 부담은 당연하지만 이를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집단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을 앞두면 수험생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는 세력들이 많아진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청한 입시 업계 관계자는 “수능이 가까워지면 ‘이렇게 수능 풀면 망합니다’ ‘수능 일주일 전, 안 보면 후회합니다’ 등 수험생들을 홀리는 제목, 영상, 이미지들이 많이 올라온다”며 “사실 다 아는 내용이고, 별 내용이 없어 오히려 시간을 뺏길 수 있다. 수능은 평상시와 같이, 늘 하던 대로 보는 게 낫기에 자극적인 요소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