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70%를 유상증자한다는 것은 주주를 등한시한 말도 안 되는 결정이다”, “유상증자와 무상증자를 같이 했더라면 시장에서 이렇게까지 신뢰를 잃지 않았을 것이다”, “소액주주들이 함께 모여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이같은 아우성은 현대차증권 주주들의 탄식이다. 현대차증권이 2000억원에 달하는 신주(3012만482주)를 발행하는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해서다. 발행 규모는 공시 발표일 기준 현대차증권 시가총액의 71.65%에 달하는 초대형 유상증자다.
단순 수치상으로도 기존 투자자들의 주주가치 희석은 우려를 넘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공모 방식은 시가 대비 저렴한 신주를 발행하면서 지분가치가 훼손된다. 향후 기업가치 성장을 기대하면서 투자했던 주주들에게 찬물보다 더한 얼음물을 끼얹은 셈이다.
투자업계에서도 의문점이 많은 유상증자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지난 20년을 돌아봐도 증권사에서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던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당장 올해 유상증자를 진행한 대신증권은 제3자배정 방식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절충안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현대차증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내 상장 기업들의 문제다. 이미 상당수의 상장사가 기업을 믿고 투자한 주주들의 가치를 외면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선택한 사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반도체 관련 제조업체인 이수페타시스가 꼽힌다. 해당 기업은 주주 기대치에 어긋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특히 단순 주당순이익(EPS) 희석 영향보다 조달 자금을 본업과 무관한 2차전지 CNT 소재 전문기업 인수에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투자자 공분을 불러왔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이례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란 비판이 쇄도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주주가치 보존 믿음을 저버린 기업들의 행태에 국장(한국 주식시장) 엑소더스(대탈출)를 선택한다. 이미 투자자 사이에서는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란 자조 섞인 농담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 주주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는 무분별한 유상증자는 종식돼야 한다. 국내 증시 부양을 위한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도 역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한 채 기업 이익만을 바라볼 경우 해외 주요국 증시 등 새로운 투자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투자자들은 더 이상 ‘국장’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국내 증시 추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의 외면이 가시화되는 상황 속에 기업의 선도적인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