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취업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 불경기로 인한 취업난과 치열한 스펙 경쟁 속에서, 일부 취업 준비생들은 외모까지 바꾸며 취업 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9월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362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7000명 줄었다. 전체 20대 중 61.3%가 일하고 있다. 이 고용률 또한 1년 전보다 0.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취업의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지만, 경쟁자들의 스펙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대학이 비대면 강의로 전환할 당시 재학하던 ‘절대평가 학점 인플레이션’ 세대가 취업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라인 강의의 발전으로 토익 등 어학 능력 수준은 상향 평준화됐다. 자격증 취득과 관련한 온라인 강의도 많이 나오면서 취득 난이도도 낮아졌다.
금융권 취업 준비생 양재혁(25)씨는 취업을 위해 코 성형을 했다. 양씨는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면서 4년 내내 성적도 우수했고, 경제 관련 자격증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면서 “요즘에는 워낙 고스펙자들이 많아서 웬만큼 취업 준비를 해도 모자르다”고 말했다. 그는 “외모도 스펙이라고 생각한다”며 “혹여 외모 때문에 면접에서 탈락하는 것이 아닌지 막연한 걱정이 들어 이런 탈락 요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직업의 분위기에 따라 외모를 바꾸는 취업 준비생도 있다. 지난 9월 기자가 취재를 위해 서울 시내 한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상담신청서에는 취업 희망 직종을 묻는 글이 있었다. 보기에는 방송계, 금융계, 영업직 등의 항목이 있었다.
언론인 지망생 박국희(24)씨도 아나운서의 분위기가 나도록 성형수술을 받았다. 박씨는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채용 과정에서 카메라 테스트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외모가 정말 중요하다”며 “성형 전 카메라 테스트에서만 두 차례 떨어졌기 때문에 부족한 스펙이 외모라고 생각해 수술받았다”고 말했다.
많은 청년이 취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지만, 그 선택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형수술 후 통증이나 부기, 흉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형수술 후 만족도가 기대 이하일 경우 도리어 자존감 저하나 불안감이 증가할 수 있다.
취업준비생 임모(26)씨는 2년 전 코 성형수술을 받았으나 부작용이 심해져 최근 재수술을 받았다. 임씨는 “수술 후 콧대가 높아지면서 자존감도 높아졌다. 수술 후 가을 환절기에 비염이 심해져 이비인후과를 찾았는데 성형 부작용이라는 답변을 받고 재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수술 후에도 환절기만 되면 코막힘이 심해져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취업 성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A 기업 인사팀에 재직 중인 이모씨는 “외모는 평가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 1순위”라며 “단순히 취업만을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