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강원도 고성군의 기온이 최저 영하 11도까지 떨어지면서, 고성군 화진포에서 겨울을 나던 수십만 마리의 전어가 지난 10일 집단 폐사했다. 화진포는 석호(潟湖)로,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이다. 이번 사고는 기온 급강하로 어린 전어들이 바다로 이동하려다 물길이 막혀 북호에서 동사(凍死)한 것으로 추정된다.
폐사한 전어 대부분은 한 뼘이 채 되지 않는 어린 개체다. 지난 2013년에도 화진포에서 전어 일부가 동사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폐사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22년 12월에도 인근 송지호에서 어린 전어 수만 마리가 동사한 바 있어 2년 만에 비슷한 재해가 반복된 셈이다.
박성웅 고성군청 환경과 주무관은 “10일 순찰 당시 이미 수많은 전어가 동사해 물가로 밀려들고 있었다”며 “날씨가 풀린 뒤 1월 중순 1차 수거를 진행했으며, 영상 기온을 기록한 20일에 대부분 수거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어 떼죽음 이후 화진포 주변에는 수만 마리의 갈매기 등 조류가 몰려들었다. 새들은 얼음 속 전어를 먹을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화진포는 석호라는 특성상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연결 통로가 있어 전어들이 바다와 석호를 오가며 생활한다. 전어는 만이나 하구 등 다양한 해양환경에서 서식하며 수온 10℃ 이하에서 활동량이 둔화된다. 어린 전어는 수온 8℃ 이하에서 치사율이 증가하고, 4℃ 이하에서는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
이완옥 한국민물고기보전협회 회장은 “전어나 숭어 같은 어종은 기온이 낮아지면 쉽게 폐사한다”며 “특히 화진포처럼 수심이 얕은 석호에서는 수온이 4℃ 이하로 내려가면 동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해안 석호는 하구가 막히고 기온이 낮아질 경우 유사한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며 하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무산소나 저산소로 인한 용존산소 부족도 폐사의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석호 바닥에 쌓인 유기물이 강풍으로 인해 뒤집히면서 무산소층이 형성될 경우, 어린 전어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변영국 고성군 전 환경과장은 “강추위로 호수 대부분이 결빙된 상태여서 바람의 영향은 없었다”며 “당시 바다 파도가 강했지만 갯트임을 해도 전어가 바다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연구사는 “지난 2022년 12월에 발생한 송지호 전어 폐사 당시와 비슷한 기온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화진포 전어 폐사의 원인도 저수온일 가능성이 크다”며 “고성군과 국립수산과학원이 공동으로 원인 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고성군은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석호에서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순찰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 고성=글·사진 곽경근 대기자